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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여행을 좋아하는 마님은 시간만 나면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출발한다. 혼자 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삼돌씨와 함께 간다.

삼돌씨는 운전을 하고 마님은 옆자리에 앉아 창밖 풍경을 본다. 아름다운 경치에 푹 빠져서 옆에 누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둘은 함께 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도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도 마님이 본 건 삼돌씨도 보았고 마님이 느낀 건 삼돌씨도 느꼈으리라 믿으며 다녔다.

그런데 둘 사이의 믿음이 며칠 전에 금이 가고 말았다. 지난해 가을에 다녀왔던 곳이 텔레비전에 나온다며 삼돌씨가 주방에 있는 마님을 호들갑스럽게 부른다.

"마님! 빨리 와 봐!" 마님은 하던 일을 멈추고 삼돌씨 옆에 앉아서 텔레비전 화면을 쳐다보았지만 아주 생소한 풍경이다.

"저기, 생각나지? 저 바위, 곰이 누워있는 것 같다고 곰바위라고 했잖아?" 삼돌씨 물음에 마님은 정색을 한다.

"언제? 난, 처음 보는 건데." 삼돌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님을 바라본다. 마님은 눈을 흘기며 트집을 잡는다.

"저길 나랑 갔어? 딴 여자랑 간 걸 착각하는 거 아냐?" 삼돌씨는 답답하다며 가슴을 치더니 지도를 꺼내 와서 열심히 마님에게 설명을 해준다.

"지난 가을에 여기를 지나 여기로 해서 이리로 돌아왔잖아?" "알았어. 그런가보지 뭐." 마님 목소리가 새치름하다.

지명을 보니 삼돌씨 말이 맞다. 둘은 그곳을 지나갔고 그 다음 소도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렇지만 같은 풍경을 마님과 삼돌씨는 따로따로 보았던 것이다.

삼돌씨는 강을 둘러싼 가파른 절벽 위의 곰처럼 생긴 바위에 눈을 두었고, 마님은 그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니 마님에게는 굽이쳐 흐르는 강물이, 삼돌씨에게는 곰바위가 마음에 담겨졌던 거였다.

"참 내, 지금까지 우리 둘이 여행을 하며 같은 걸 보고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어?" 삼돌씨가 허탈하게 웃으며 한숨을 쉰다.

"삼돌씨, 여행뿐이야? 우리 모두 살면서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느끼고 판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잖아. 그렇게 다르게 판단하는 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부비고, 기대며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인가 봐. 그치?" "오늘 마님이 아주 철학자 흉내를 내시는 군." "삼돌씨, 우리 앞으로는 여행 다닐 때마다 보고 느낀 걸 서로 공유하기로 해." "그러지, 뭐." 삼돌씨는 뭔가 못마땅하다는 얼굴을 하고 텔레비전에 눈을 둔다.

"일상에서도 나는 이런데 당신은 어때? 하고 물어보고 상대의 마음을 두드려야 할 것 같아. 앞으로 우리도 그렇게 할까?" "마님, 니 맘대로 하세유." 삼돌씨는 여전히 시큰둥하다.

마님은 첫 번째 실험대상으로 큰아이를 선택하고 문자를 보낸다.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거 알고 있지?' 아이에게서 즉시 답이 온다. '엄마, 당연한 거 아니에요?' '아니, 모를 수도 있다 싶어서 말이야.' 아이에게서 다시 답이 온다. '요즘, 아빠가 안 놀아주세요? 그래도 저는 엄마랑 놀 시간 없으니까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ㅋㅋ' "삼돌씨, 여기 봐. '나도 엄마를 사랑하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 있잖아." 삼돌씨가 딸이 보낸 문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코웃음을 친다.

"어디 그런 말이 있어? 딴 데 가서 알아보라는데? 당신 혼자 착각하지 마." "착각 아니야, 우리 딸은 절대 그럴 리 없어." 마님은 아니라고 박박 우긴다. 삼돌씨가 그런 마님을 보며 빈정댄다.

"흥, 눈으로 같이 본 것도 안 봤다고 우기는 사람이 뭔들 안 우길까."

사랑이라고 믿는 순간 행복하다면 그 사랑이 착각이면 어떠랴.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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