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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원

"사자님.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허허. 그렇게 보이는가?"

"에이, 좋은 건 나누셔야죠. 의리 없이 혼자만 갖고 계시지 말고요."

"의리라…….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구먼."

동방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무언가 호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에 나에게 한 이야기도 있고 해서 짐짓 모르는 척 했다. 그러나 동방은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투로 내게 다짐을 놓았다.

"사자님과 저는 의리로 맺어진 사이 맞죠·"

"……·"

"저는 그렇게 믿고 있는데요. 아니에요?"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동방이 나에게 무얼 원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내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자신이 없기에 어정쩡하게 얼버무리려고 했다.

"오늘은 우리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논의하죠."

동방은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와 앉고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그쳤다.

"지난번에 실태파악을 먼저 하자고 했잖아요? 그래서 함께 할 사자들을 모으려고요. 1번, 당연히 김 사자님. 2번은 동방, 3번은 가장 경력이 많으신 진 사자님, 4번은 제 후배 사자인데 그 애는 정보통신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거든요. 그 애가 동기들 중 또릿또릿한 애들 몇을 모아 근거가 될 만한 증빙을 현장에서 수집해서 주기로 했어요. 이 정도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정황들을 파악하는 되는 충분할 것 같은데 사자님 생각은 어떠세요?"

나는 멍하니 동방을 바라봤다.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그냥. 미안하고 염치가 없어서."

"뭐가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고 있는 사이에 자네는 이렇게까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자네한테 할 말이 없네."

동방은 내 옆구리를 툭, 치면서 눈을 하현달처럼 가늘게 뜨고 웃었다.

"그게 다, 제 뒤에 김 사자님이 계시니까, 그 든든한 빽을 믿고 한 거죠.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설레발을 치겠어요."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자네는 그냥 저승사자가 아닌 것 같아. 분명히 특별한 뭔가를 가지고 이곳으로 온 사자인 게 분명하이."

동방은 허리를 뒤로 제켜가며 박장대소를 했다.

"아하하하하! 김 사자님 엄청 웃기세요. 설마 제가 특별임무를 띄고 내려온 암행사자라고 믿는 건 아니죠?"

"아니. 내 말은 그보다 더 특별한 사자 같으이."

동방은 하도 웃어서 눈물까지 났다고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나에게 주었다.

"이게 뭔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문서로 만들어 봤어요."

"아니, 어느새 이런 것까지."

"저는 김 사자님이 그런 걸 맡아서 해 줄줄 알고 내내 기다렸는데 아무런 행동을 안 하시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동방이 만든 걸 들여다보았다.

"제가 좀 건방지죠? 성질이 급해서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랬어요. 이해해주세요. 사자님."

나는 동방을 보며 정색을 했다.

"무슨 소린가? 오히려 내가 부끄럽지."

"우리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죄 없는 피해자가 계속 생기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기는 하지. 이제 그들이 어린 아이들까지 손댈 것 같으니 그러기 전에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하겠지."

나는 동방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이곳저곳에 시선을 옮겼다.

"저도 다 알아요. 김 사자님이 선뜻 나서지 못하신 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고 수백 년 동안 익숙해져버린 이 시스템을 깨버리는 게 망설여져서 그러신다는 걸요."

"아닐세. 난 두려워하고 있었던 게야. 한 마디로 나이 값을 못하고 있는 게지."

"에이, 그러시면 건방을 떤 제가 죄송하죠. 대신,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 김 사자님이 우리가 한 일에 대한 결과보고를 대왕님께 해 주세요."

"내가?"

"당연하죠. 이 일을 함께 하는 우리 중에 대장이시니까요."

"대장이라고. 내가?"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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