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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국문인협회 증평지부 회장

 내년도 사업계획안이 공지됐다. 많은 사자들이 공지된 내용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도 간신히 버티며 살아왔는데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사자별로 할당받은 목표량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목표를 채운 사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도 늘었다.

 성과급은 사자가 활동할 수 있는 기초 에너지질량이다.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사자는 그만큼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부 사자들은 그 목표를 채우려고 살아있는 인간의 혼까지 도적질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 사업계획안에 반영할 의견이 있는 사자는 이달 말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면 반영시켜주겠다고 적혀있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행동에 옮긴 자는 없었다.

 몇몇 강림처사를 호위무사처럼 따라다니던 사자들만 편안해보였다. 눈치 빠른 몇몇 사자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저들은 무슨 빽으로 저리 당당한 거야."

 "그러게. 목표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뭔 수라도 있는 모양이지."

 "강림차사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 그 수가 나올라나?"

 "그걸 난들 알 수 있나. 그렇게 궁금하면 자네가 한 번 따라다녀 봐."

 "예끼, 그런 말 말게. 내가 퇴출돼 소멸되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치사하게 연명하고 싶지는 않네."

 "맞아. 어차피 저승사자 노릇을 오래 한다고 해서 우리가 천상으로 갈는지 다시 인간으로 환생할지는 모르지만 그리 치사하게 산 끝이 좋을 게 뭐가 있을라고. 어휴, 이놈의 팔자는…."

 사자들의 쑥덕거림은 한숨으로 변하더니 분위가 착 가라앉았다.

 그때 평소에도 남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촐랑거린다고 촐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자가 앞으로 톡, 튀어나와서 사자들 얼굴을 하나하나 보면서 물었다.

 "소문 들었지요? 동방을 중심으로 젊은 사자들 몇이 지금 움직이고 있다는 거?"

 듣고 있던 사자들이 고개를 끄떡이며 반응을 보이자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들이 중점적으로 알아보는 게 바로 강림처사 주변사자들이라는데요. 그들은 열심히 일을 안 하는데도 목표량을 채우고 빈들거리는 게 수상하긴 하죠. 그렇지 않아요?"

 촐랑이 사자는 사자들 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동의를 구했다. 모두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누군가 듣는 자가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렇지만 물증이 없지 않은가? 심증만 가지고야 실세인 그들과 맞설 자가 있을까?"

 "무슨 말이에요. 지금 그 새내기들이 겁 없이 대들고 있잖아요?"

 "내가 들은 바로는 그 뒤에 뒤를 봐주는 원로 사자들이 있다고 하던데."

 "그 원로들이야 조언정도나 해줄 테죠. 행동이야 그들이 하고 있고요."

 그건 그렇지 하는 투로 모두들 그의 말에 동조를 했다. 촐랑이 사자는 자기 말에 여러 사자들이 힘을 실어주자 표정이 환해지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도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까요?"

 촐랑이 사자가 눈동자를 굴리며 이사자 저사자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모두 촐랑이 사자의 눈을 피했다. 조금 전에 환했던 촐랑이 사자의 표정에 먹구름이 스쳐지나갔다.

 "저는 무서워요. 지금도 간신히 목표를 채우는데 내년에 목표량이 더 늘어나면 전 채우지 못할 것 같단 말이에요. 그렇다고 살아있는 혼을 도둑질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불안한 환경을 바뀌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하는 것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촐랑이 사자의 목소리가 울먹거렸다. 고개를 숙이고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자들도 가슴이 답답한지 불규칙한 숨소리가 촐랑이 사자의 울먹거림에 섞여 가라앉고 있었다.

 "이래도 죽을 맛이고 저래도 죽을 맛이라면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쪽을 택하고 싶어요. 여러분 중에 누군가 저를 저들에게 고자질을 해도 좋아요. 그것도 감당해야겠죠. 휴."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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