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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오후 늦게 야간 견학을 떠나면서 머릿속에 새긴 생각은 이랬다. 먼저 배운 사람들에게 늦게라도 배우고, 먼저 깨달은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를 얻는 것은 세상사는 이치이다. 늦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 얻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으면 배움과 도는 자연스럽게 알차게 된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심이나 오만함이다. 겸손하지 않으면 배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상인들로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불과 며칠 전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중요하거나 획기적인 일을 하겠다고 하면 으레 꾸려지는 것이 무슨 추진위원회요, 무슨 발전위원회다. 그런 줄 알면서도 흔하디흔한 추진위원회를 굳이 만든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일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이 외진 거리에 이만한 기회가 오겠는가.

도심활력 증진사업에 관한 주민설명회를 두 번이나 경청하면서 상인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추진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됐다. 조직이 조직적이지 않고, 조직원이 조직원으로서의 책무감이 없다면 아무래도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생각들이었다. 누구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가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원회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것이었다. 그것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진위원회 구성 또한 의미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심활력증진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진위원회는 상인들 업종을 고려해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특정인의 친소관계에 따라 선정되면 대표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선 자발적인 참여자 위주로 선정됐다. 나머지 부족한 인원은 사업내용에 따라 반대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포함돼야 했기 때문이다. 8명이면 그런대로 추진위원회로서의 기본적인 인적구조는 갖춘 셈이었다.

추진위의 첫 번째 활동으로 견학을 추진한 데는 여러 의미가 숨어 있었다. 추진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과 활동내용에 대해 시급하게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자칫하면 앉아서 소모적인 논쟁만 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그것이었다. 눈앞에 있는 큰 일을 두고 누가 어떻게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기보다는 그런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친 사례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이질적인 구성원들을 하나의 공감대로 묶기 위한 것이었다. 각자의 생업에서 벗어나 공동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보며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추진위원 각자는 추진위에 임하는 각오와 나름대로 생각한 활동 내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산의 밤은 한마디로 거대한 불덩어리다. 대규모 백화점에서부터 골목시장까지 늦은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거대한 야시장이다. 광복시장, 국제시장 골목골목은 각자의 시장 성격에 맞게 아름다운 조명으로 수를 놓았고, 벌써 불을 밝힌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는 연인들의 환호성이 끊어질 줄 몰랐다.

견학 대상지로 정한 부산 깡통시장은 오래된 전통시장이면서도 소비자들의 기대에 맞춰 변화를 추구하는 시장이었다. 최근에는 시장 내에 야시장을 개설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현지 상인회 임원들과 전통시장 매니저 등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이번 견학을 통해 중점적으로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은 야시장이었는데, 그 규모나 내용면에서 우리가 도저히 흉내 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리는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우리 서문시장이 도입하려고 하는 야시장 계획에 맞는 그림이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는 듯했다. 새벽에나 돼서야 돌아올 줄 알고 떠났지만 별로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부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처럼 전체적인 대화분위기는 없었지만, 삼삼오오 옆에 앉은 사람과 깡통시장에서 남몰래 캐 문 이야기들로 소곤소곤 담소하는 모습이 더 진지해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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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