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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 거리 함지락 대표

열흘 전쯤 집에 있는 두 대의 차 가운데 하나를 팔았다. 2002년 크리스마스 때 아내에게 선물한 차였으니 12년이나 정이 든 차였다. 아내는 못내 섭섭해 하는 눈치다. 그동안 직장 다닐 때나, 아이들 학원 보낼 때 언제나 함께해 온 차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아내는 거의 주말마다 그 차를 몰고 중3 딸을 서울 소재 학원에 데리고 다닌 터여서 그 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아내는 밤늦게 딸의 수업이 끌날 때까지 차 안에서 기다리다 데려오곤 했다. 차를 인도해주던 날 아내는 차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했다. 13년이나 된 똥차를 그만큼 받았으면 잘 팔아치운 것이라며 퉁명스럽게 위로했지만 내 맘도 아내 같았다. '자신의 직장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녀교육에 성심을 다하던 애엄마가 12년 동안 애마처럼 운전하던 차였습니다'라는 문구를 출력해 조수석 보관함에 넣었다.

대신 3년 전에 구입한 SUV 차량을 아내에게 줬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사실 오래된 차를 팔고 싶어 하지 않았다. 또한 소유욕이 별로 없는 아내는 더 좋은 차를 원하지 않았다. 더구나 내 차는 차체가 높아 운전하기가 불편하다고 투덜댔다. 차를 팔게 된 것은 순전히 남편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공치사를 했다. 아니면 실제로 술 취한 남편을 위해 가끔 대리운전을 해주면서 그런 위기의식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 달 전쯤 몇 잔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고를 당한 것이었는데 술을 좀 마셨으니 꼼짝없이 사고 가해자가 된 셈이었다. 밤 12시나 된 데다 요청한 대리기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별일 없겠지 하고 차를 몬 것이 화근이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어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상대방에게 목돈을 주고 나니 차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이렇게 술 마시는 날이 잦으니 차라리 차를 없애고 택시를 타고 다니든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부쩍 들었기 때문이다.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가면 15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이동수단으로 따지자면 굳이 차가 필요한 건 아니다. 인도 옆에 만들어진 자전거길을 따라 도로 한 켠으로 출퇴근을 하니 한결 여유롭다. 녹색수도를 표방하는 청주시가 거의 시내 전 구간에 나름대로 조밀하게 자전거 도로를 조성해 놓은 덕에 자전거 타기가 한결 좋아졌다.

좀 더 시간적인 여유가 더 있는 날이면 가벼운 아웃도어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걸어간다. 길가에 있는 다양한 상점들을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자신들의 업소를 위해 정성을 쏟는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걸으면서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이 시나브로 늘어나는 것 같다. 좀 급할 때나 일기가 좋지 않은 날에는 택시를 불러 탄다. 시민콜이니 안심콜이니 하는 콜택시를 탈 때마다 청주시 정책 중에 가장 평가해줄 만한 사업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택시를 타고 삼겹살 거리 입구에 들어서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입구부터 촘촘히 들어차 있는 차량들로 삼겹살 거리에 대한 첫인상이 영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주차해놓는 차들을 보면 저들도 나처럼 팔아치웠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경우는 없어도 그만인 차를 몰고 다니느라 불필요하게 돈을 쓰거나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편리한 것들이 넘쳐나니 전체로 보면 부족한 것들이 늘어난다. 철이 바뀌었는데도 내가 아직 옷가지를 정리하지 못한 이유는 겨우내 사들인 옷을 보관할 수납공간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탁이 좁은 이유는 맛있는 반찬이 많아서가 아니라 장삿속에 반찬 수를 늘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차가 불필요하게 크다고 불평하던 아내는 2주에 한 번 외박 나오는 딸의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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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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