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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 거리 함지락 대표

이 형,참 격조했구려.

가끔 목소리를 듣기는 했어도 직접 얼굴을 본 것은 몇 년 만인가 모르겠소. 불원천리하고 대전에서 가족들과 함께 찾아오니 너무도 반가웠소. 대전과 청주에서 민완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네 두 가족까지 모두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소. 멀리 사는 친구가 있어 머다 않고 찾아오니 얼마나 기쁘냐는 말은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하오.

이 형은 나보다 두 살이나 많으니 이제 오십 줄에 들어선 지도 두어 해가 되었겠구려. 그래서 그런지 머리숱도 성글고 귀밑머리엔 온통 눈이 내린 듯한 것이 세월의 풍상이 그대로 느껴지오. 그러나 이 형의 그 너털웃음은 더 정감있게 들리고, 이 형의 빠르지 않은 말은 사람의 마음을 더 편하게 하오. 이 형의 깊은 눈에서 나오는 작은 미소는 이 형의 신뢰감을 더해주오. 오랜만에 만났어도 하나 불편하지 않고 저녁을 같이하는 내내 유쾌했소.

91년도 입사동기니 벌써 23년 전이구려. 수습기자가 어디 사람축에나 끼었습니까. 먹잇감에 굶주린 늑대처럼 어딘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진실들을 찾아 서울 경찰서들을 쏘다녔지. 빈손으로 하루를 다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은 답답하고 허전했소. 그나마 위로가 된 것은 이삼일이 멀다하고 되풀이되던 저녁 회식이었소. 먼저 독한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은 뒤 볼이 터져라 상추에 싸 먹던 그 삼겹살은 수습생활의 낭만이었소. 지역도 다르고 나이도 제각각인 동기들이 한 울타리에서 평생을 한마음으로 지내자고 잔이 깨져라 건배를 하곤 했지.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마음도 따라 멀리 흘렀소.

항공대를 나온 형은 유순하고 조용한 편이었지. 복잡한 기계를 다룰 것 같은 항공대에 대한 선입견이 깨진 건 이 형 덕분이었어. 이 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거든. 기계처럼 냉철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은 이후 이 형에 대한 친근감이 부쩍 늘어나더라구. 각자 출입처에 있어도 다른 동기보다 자주 통화를 한 것은 그 때문이었소. 그 때 동기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몰라.

누구는 몇 년 전 외부 공모 형식을 통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누구는 사기업 홍보책임자로 이직했다는 얘기를 들었소. 하나는 다른 신문사로 옮겨 지금은 잘 나가는 정치부장을 하고 있고, 또 하나는 기자생활이 맞지 않는다며 일찌감치 그만두고 공부를 더해 어느 사립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얘기도 어디서 들었소. 물론 그대로 신문사에 남은 동기들도 많은데 이제 부장이니 차장이니 하며 회사의 허리역할을 하고 있더군. 아마 식당 차린 동기는 나밖에 없을 것 같소.

나이 오십이 되다 보니 이제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길이 정해진 듯하오.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한 가지라도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허망할까 가끔 생각하오.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세상의 온갖 즐거움을 맘껏 누리며 호사롭게 사는 것도 좋겠지만 의미 있는 일 하나 찾아 전념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요즘 생각하오. 맹자의 인생삼락에 왜 그게 빠졌는지 궁금하오. 부모님 건강하시고 하늘에 대도 부끄러울 게 없는 데다 천하의 영재들을 얻어 가르치는 것이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지요.

나 같으면 자신과 가족, 사회를 위한 일 세 가지 있다면 인생삼락이라 할 만하오. 자신의 심신 건강을 위해 좋아하는 운동 하나 갖는 것은 인생일락이오. 내게는 테니스가 있소. 가족 구성원 간에 애틋하게 생각해주는 마음과 빚내지 않고 살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인생이락이오. 경제적인 부분에선 자신감이 좀 떨어지네요.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나 한다는 것은 인생삼락이오. 각자 세 번째 낙을 추구하며 살지만 내게는 아무래도 삼겹살 거리라 할 수 있소. 그런데다 이 형 같은 친구가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주니 나 같은 사람은 인생삼락으로도 모자라 낙이 넘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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