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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요즘 표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이제 6개월 남짓 남겨 놓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곳곳을 찾아다닌다. 자신의 존재감이나 얼굴을 알리기 위한 일이지만 결국은 표라는 현실적인 이익을 위한 구애활동이다. 그러나 표는 마음의 표출이어서 유권자들은 쉽사리 마음을 주지 않는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찾아오는지, 얼마나 진지하게 자신들을 위해 고민했는지, 그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자신들을 대해왔는지 까치독사 같은 눈으로 예리하게 주시한다.

정치인들이 표심을 사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다양하고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인들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갖은 구애방법을 고민한다. 정치인들의 구애 목적이 표인 반면 상인들의 목적은 돈이다. 표를 얻는 것이거나 돈을 얻는 것이거나 다 같이 어려운 이유는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돈을 얻는 것이 더 어렵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돈은 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마음이고, 표는 양복 안주머니에 있는 마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내년도 삼겹살 데이 행사방법을 놓고 청삼회(청주삼겹살거리 상인회)회원 간 진지한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최종 합의안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지만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당초 올해 한시적으로 치르기로 했던 행사지만 막상 중단하려니 마음들이 영 개운치 않다며 내년도에도 치러보자는 데까지는 합의를 했다. 문제는 구애 방법이다. 손해를 보지 않으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다 보니 연일 난상토론을 해도 뾰족한 방법이 나오질 않는다.

한 회원은 더 이상 가격할인 행사는 자충수라며 행사 자체를 반대했다. 장사라는 것이 결국 남기자고 하는 일인데 하루 종일 고생만 하고 이익을 남기기는커녕 오히려 적자를 보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매월 3일 실시하는 파격적인 가격 할인 행사 때문에 나머지 다른 날에 오히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고 반대 이유를 덧붙였다. 굳이 행사를 치른다면 분기에 한 번 정도, 그것도 가격할인 같은 방법이 아닌 문화행사 위주여야 한다고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또 한 회원은 1인분에 5000원 대신 7000원 정도에 판매하자고 주장했다. 나름대로 계산한 내용을 내보이며 이익을 보지 않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는 적정 가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삼겹살 거리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 그래도 가격 할인만큼 고객 유치에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어느 회원은 단지 하루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방문으로 연계돼야 한다며 쿠폰 발행을 제안했다. 삼겹살 데이 고객들에게 할인 쿠폰을 발행해 다음 달 삼겹살 데이 전날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드러난 삼겹살 데이 행사의 단점을 보완해 서라도 행사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회원은 행사 당일 1인분 중량을 평상시보다 늘려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평소 200g 주던 것을 당일에는 250g 정도로 늘려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이밖에 당일에는 소주를 무료로 제공하자는 의견도 나왔고, 즉석 복권을 만들어 현장감을 살려보자는 의견도 제시됐으며, 이참에 아예 시민공모를 통해 삼겹살 거리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자는 안도 나왔다.

평소 잘 보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자주 찾아온다고 표를 줄 리 없다. 평소 지역 현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이 마치 문제 해결사인 것처럼 떠벌인다고 표를 주지도 않는다. 평소 얼마나 성실하고 꾸준히 간절하게 마음을 보여줬느냐가 중요하다. 평소 얼마나 좋은 재료를 가지고 친절하게 손님을 모셨느냐가 삼겹살 거리 성패의 결정적 요인이다. 삼겹살 데이는 그 중요한 평소 중의 하루일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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