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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3.24 15:19:1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호숫가 버들가지에 물이 오르고, 콧잔등을 스치는 바람결에 거름기가 느껴질 때부터 조사(釣士)들은 흥분하기 시작하죠. 강가 모래톱 위 늪에 피라미들이 활발하고, 갈대숲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낚시꾼들은 드디어 떠날 채비를 해요.

물가에만 있으면 행복한 적이 있었어요. 낚싯대를 드리우고 유유히 흘러가는 물길을 보거나, 잔잔한 호수면을 바라보면 맘이 그렇게 편했죠. 물에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원형질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젊은 날 치열하게 목표를 향해 돌진해야 할 때, 고희를 넘긴 강태공처럼 그렇게 세월을 낚았으니 남을 게 뭐 있겠어요.

어느 봄빛 고운 날 오후 괴산 목도 강변에 낚싯대를 폈습니다. 바람은 시원하고, 물은 차지 않았어요. 나름대로 포인트라고 생각한 곳이라 은근히 기대가 컸어요. 떡밥을 질척하게 말아 물속에서 잘 풀리도록 했죠. 그런데 1시간을 투척해도 낚시찌는 요지부동이대요. 그래서 처음 자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옆으로 자리를 옮겼죠. 한 자리에서 또 1시간 이상 떡밥 질을 해도 여전히 짜릿한 손맛은 오지 않더라구요. 고작 피라미, 돌고기, 동자개 서너 마리 붙들었어요.

늦은 오후가 되니 강 한가운데에서 잉어가 튀어댔어요. 더러는 준치나 눈치인지도 모르지만요. 자리낚시에서 맘이 멀어지고 대신 저만치서 펄떡펄떡 튀는 팔뚝만 한 고기들에게 맘을 뺏겼으니 낚시는 다 틀린 거나 마찬가지지요.

오래 전에 청주는 3가지 음식을 청주의 대표음식으로 선정했지요. 한정식과 해장국, 그리고 삼겹살. 세 가지 모두 청주를 대표할 만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품격 있는 한정식은 강 한가운데서 뛰는 잉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전주 한정식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상태였으니까요. 뼈를 우려낸 국물에 밥을 말아 내는 청주 해장국도 청주가 잡을 대상 어종은 아닌 듯해요. 결국 청주는 너무 많은 낚싯대를 펴 놓은 데다 튀는 잉어에게 혼을 다 뺏기는 바람에 허탕 친 셈이지요.

지역 신문 중에 눈여겨보는 신문이 하나 있습니다. 십여 년 이상 교육과 건강에 특화된 지면을 만들어 특히 청주지역 주부들 사이에서는 낙양지가 귀한 줄 모르는 신문이지요. 주부들이나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분야인 교육과 학원을 집중 공략해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요. 또한 먹고살 만한 세상에서 건강만 한 관심사가 없다는 생각에서 건강과 병원을 공략한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종합일간지가 아닌 그 특화신문이 초창기부터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배울 점이 많습니다.

아직도 사회 교과서에 우리 청주가 교육도시로 소개되는지 궁금하군요. 전국에 있는 도청 소재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선명성이 보입니다. 춘천은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먼저 떠오르고 다음으로 닭갈비가 떠올라요. 전주를 보면 괜히 부럽기도 하고 기가 죽어요. 청주보다 규모는 작지만 문화적으로 가장 확실한 도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광주 하면 떠오르는 민주의 이미지도 그렇지요. 대전은 사통팔달의 교통과 과학의 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 커 나갈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대구는 요즘에는 다소 어둡게 그려지지만 기반이 단단하니 잘 될 거라고 봐요. 우리 청주는 어떤가요· 교육도시로서 뭔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예요. 전주의 상산고, 공주의 한일고, 횡성의 민사고 같은 자사고 하나 없어요. 그러고는 자사고 진학 시 인재유출이라며 일선 학교에 입막음하라 지시한다네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에요.

낚시를 그만둔 지 오래됐으니 기다리던 봄이 왔다고 득달같이 저수지나 강가로 달려갈 일은 없지만, 요즘 매일 아침이면 출조 때의 그 가벼운 흥분 못지않게 맘 먼저 달려가는 우물 같은 곳이 제게 하나 있습니다. 다만 두렵기는, 고양이가 졸린 눈을 부비는 사이 봄을 훌쩍 다 보내고서 또 아무 것도 잡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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