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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요즘 청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주 안주는 삼겹살이 아니라 청주시청 모 과장의 수뢰혐의에 관한 설왕설래다. 워낙 액수도 커서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데다 수뢰 배경이나 수뢰 후 보관방법 등에 관해 갖가지 억측이 나돌면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눈 감고 귀 막지 않은 사람이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관련 뉴스에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절에 삼겹살에 소주라도 한 잔 걸칠라치면 사람들은 쉽게 비분강개하기 일쑤다.

지난 주말 삼겹살 거리에서 본 사람들의 호기심은 대체로 두 부류로 나눠진다. 하나는 도대체 그 과장이 어떤 사람이길래 공무원이 그런 거액을 받아 챙길 수 있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장이 왜 돈을 쓰지 않고 그대로 보관했느냐는 것이다. 청주가 고향인 사람들은 그 과장의 신상에 관한 이런저런 개인사에 대해 말을 풀어놓는 경우가 많고, 외지인들은 나름대로 정치적인 식견을 들이대며 사건배경에 관해 군맹무상(群盲撫象) 격의 자기해석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지인들이 식사 중에 TV에서 흘러나오는 후속 뉴스를 접하고 아주 냉소적으로 나누는 얘기를 들을 때면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한 마디로 청주 같은 시골에서는 다 그렇고 그렇다는 것인데 혹여 이런 일로 청주와 청주 사람들, 아니 청주 삼겹살 거리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가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기 때문이다. 한범덕 청주시장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려놓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구체적인 내용이야 수사기관에서 나름 정확하게 밝혀내겠지만 차제에 일어탁수(一魚濁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작은 웅덩이일수록, 흐름이 없는 괸 웅덩이일수록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일으키는 흙탕물로 웅덩이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대하기 때문이다.

어느 물속에도 한 마리의 미꾸라지는 있게 마련이고 또한 고인 물에서는 물속의 작은 움직임에도 물이 탁해지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작은 웅덩이 같은 곳에서는 한 번 흙탕물이 일어나면 쉽게 맑아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수시로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들 때문에 웅덩이는 항시 깨끗해보이질 않는 것이다.

따라서 연못처럼 흐름이 정체된 곳이 아니라 강물처럼 탕탕히 살아 있는 물길이어야 한다. 물길의 중심을 잡는 본류로 언제라도 골골에서 새 물이 유입되어야 한다. 수어혼수(數魚混水)라고 간혹 몇 마리 강퍅한 물고기들이 물을 흐리더라도 다 아우르며 만절필동(萬折必東) 할 수 있어야 한다. 흐르는 물에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켜도 별로 대수롭지 않다. 특정 집단의 판단과 결정을 일백 % 존중하는 작은 연못 속에는 합수머리같이 뒤집어지는 흐름이 살아 있을 리 없다.

물이 맑아서 맑게 흐르는 게 아니다. 맑게 고인 샘물도 바닥에 흙이 쌓이면 한 마리 개구리 물질에도 금세 흐려지기 십상이다. 바닥이 단단해야 물은 맑게 흐른다. 바닥에 모래나 자갈로 촘촘히 다져진 물길은 웬만한 홍수에도 탁하게 흐르지 않으며 쉽게 본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황하 강물은 탁하게 보여도 탁한 것이 아니다.

청주 홍보의 최전선에 있는 삼겹살 거리가 괴어 있는 웅덩이가 되지 않도록 경계할 일이다. 몇 사람의 판단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구조는 혁파되어야 한다. 청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이 새물처럼 흘러 들어오도록 물꼬를 터놔야 한다. 또한 삼겹살 상인들이 청주의 미꾸라지가 되지 않도록 자각할 일이다. 상인 한 사람의 잘못은 그 사람에 한정되지 않고 거리 전체 또는 청주 전체로 이어진다. 삼겹살 거리가 동네 사람들 몇몇 배나 불리는 웅덩이로 남느냐, 방방곡곡 외지인들이 밀려오는 강물로 되느냐는 청주시가 이번 불미스런 일을 계기로 통합시에 걸맞게 얼마나 거듭나느냐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다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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