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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그는 온 몸이 운동으로 무장된 스포츠맨이다. 육상에 승마, 수영, 사격, 펜싱 등 5개 종목을 아우르는 근대 5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이다. 과묵하고, 가볍지 않아 다른 상인들의 존경을 받는다. 50대 중반을 넘긴 그가 삼겹살을 써는 모습은 마치 훈련에 열중하는 운동선수보다 진지하다. '돼지꿈'에서는 천연 목재연료인 펠릿을 사용하는데, 소나무를 갈아 만든 연료라 그런지 화덕에서는 은근한 솔향이 배어 나온다. 변산반도에서 젓갈 공장을 운영하는 누님에게서 철철이 젓갈을 받아 쓰는데, 신선한 생삼겹살과 곰삭은 젓갈의 궁합이 묘하다.

'충주 돌구이' 주인이 아니었다면 청주에 삼겹살 거리가 태어났을까 싶다. 고향이 충주인 그는 서문시장에서 30년 동안 가업인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삼겹살 거리의 산파역을 맡아 왔다. 2년 전 자연도태 대상인 서문시장이 삼겹살 거리 적합지로 거론되자 건물주를 만나고,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며 삼겹살 거리 추진위원장으로 봉사했다. 한 푼이라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부부가 운영하는데 김치와 장류를 직접 담가 쓴다. 암퇘지인지 거세 돼지인지 고기 판만 봐도 알아채는 고기 박사다.

'야간비행' 은 주로 밤에 손님을 받는다. 셍떽쥐베리의 소설 '야간비행'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지었는데, 생화로 하는 고깃집이라기보다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보다 숭고한 목적을 위해 야간영업을 하는 느낌이다. 3년 전 삼겹살 거리가 생기기 전에 처음으로 연탄불에 왕소금을 뿌려 구워먹는 '시오야끼'를 시작했다. 장사 초기, 무전취식하고 도망가는 젊은 사람에게 "아가! 뛰지 말고 걸어서 잘 가라"고 했더니 한 달 뒤 외상값을 갚고는 이제는 아주 단골이 됐다.

삼겹살 거리에서 가장 큰 매장인 '삼겹살 잔치'는 동시에 200여 명을 수용하고도 남는다. 대규모 단체 손님들을 주로 받는데 멀게는 중국 여행객을 겨냥해 넓게 차렸다. 6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니 일자리 창출에 한 몫을 단단히 하는 셈이다. 남자 주인은 체격은 작지만 범상치가 않은 인물이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국가대표 역도선수 출신이다. 고기를 구워 먹거나 볶음밥을 만들 때 2년 이상 묵은 김치를 사용한다.

'미시 삼겹살'을 뽑으라면 단연 '금순이은순이' 자매 몫이다. 서울이 고향인 아줌마 자매는 청주에 시집 온 언니를 따라 동생도 내려오면서 둘 다 청주사람이 됐다. 동생이 먼저 삼겹살 거리에 식당을 차렸으나 이제는 언니도 한 자리 차지했다, '금순이은순이 시즌2'. 밑반찬 솜씨가 좋아 철마다 바꾸어주는데 요즘에는 꼬막 반찬이 인기다. 언니네는 서문시장에서 20년 넘도록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동생네도 이곳 고기를 받아 쓴다.

삼겹살 거리 내 식당 가운데 가장 정감이 가는 이름이라면 '삼남매'가 아닐까 싶다. 사장님인 남동생이 형수님 두 분을 모시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서문시장에서 손마디가 굵도록 야채장사를 하신 분들이라 그런지 야채 종류가 여럿이고 신선하다. 상추는 물론 깻잎, 쌈배추, 적 치커리, 적 겨자, 적 근대, 케일 등으로 야채그릇이 넘쳐난다. 장사는 퍼줘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고기며 야채, 밥도 그야말로 푸짐하게 퍼준다.

'진짜 맛은 담백할 뿐이다'라는 진미지담(眞味只淡)에서 이름을 따 온 '진미'집은 인심 좋기로 이름나 있다. 20년 동안 고추방앗간을 운영하다 3년 전 식당을 차렸는데 음식 푸짐하기로는 '아삭이 대고추'만 하고, 손맛 야무지기로는 '청양고추' 같다. 서문시장 상인회장을 오랫동안 맡아왔는데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최근 자리를 내놓았다.

수고로운 해가 서쪽 큰 연못으로 몸을 누이면 사람이 사람을 찾는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곳에서 부귀도, 명예도 없는 삼겹살 거리 사람들은 발자국 소리 하나에도 감사한다. 그러나 밀레의 만종보다 경건한 함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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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