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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4년 만이기도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셔온 터라 사실 속으로 은근히 겁을 먹었다. 돌이켜보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창졸지간에 개업을 하고는 열심히 하겠다고 한 것이 그만 술 마시는 일이 되었다. 아는 사람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왔으니 반가워서 한 잔 하고, 모르는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 곳을 찾아 주셨으니 고마워서 또 한 잔 하다 보니 술은 차라리 정표였다. 워낙 체질적으로 술이 몸에 맞지 않아 대학 시절부터 한 잔 술이 들어가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속이 뒤집혀지기 일쑤였다. 그것도 단련이랄 수 있는지 십 수 년 기자생활을 하면서 술을 배우듯 먹다보니 내성이 좀 생겼다. 이후 고적한 날에 마시는 술은 목구멍에서부터 속으로 속으로 차분히 젖어 들어갔다. 내심으로는 이러다 머잖아 술 때문에 동티가 날거라고 각성 없는 경계를 하곤 했다.

검사 바로 전날 밤 우리 부부는 벽을 사이에 두고 양쪽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위 내시경에 대장 내시경까지 받기로 했으니 먼저 속을 다 비워야 했다. 한밤중에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 아래층 부부가 짜증을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을 비워내는 일은 종합검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통스런 과정 가운데 하나다. 밤 11시에 1리터나 되는 설사 촉진제를 먹고 1차로 속을 비운 뒤 새벽 5시 다시 일어나 마찬가지로 약물을 먹고 속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 전날 오후부터 일절 음식을 끊어 배고픈 상태에서 용을 써야 하니 귀찮고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막상 힘들게 속을 비우고 나면 웬지 속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검사 당일 종합병원의 대기실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어젯밤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들 얼굴색이 밝질 못하고 거무튀튀한 것이 환자들 같았다. 이 좋은 세상에 병 걸리지 않고 오래오래 살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어젯밤 그 불편을 감수한 것을 생각하니 실소가 나왔다. 한참을 기다려 접수를 했다. 병원에서 내주는 가운을 입고 기다리는 동안 습관처럼 신문을 잡았다. 너무도 반가운 얼굴이 각 지방지 첫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님이 박근혜 정부에서 지역발전위원장에 임명되셨다!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느라 이렇게 반가운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되다니.

몇 장 되지 않는 이원종 전 지사님과의 빛바랜 추억이 오버랩됐다. 2001년 신년 아침이 먼저 떠올랐다. 아내와 네 살짜리 딸과 함께 도지사 관사에 가서 지사님 부부와 간단한 다과로 아침 식사를 했다. 딸과 아내에게 분에 넘치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참 금슬 좋은 부부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어느 해 연초 단양군 시군 순방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오는 길에 지사님과 같은 차에 탔다. 지역 유지들과 유쾌하게 한 잔을 드시고는 피곤하실 텐데도 이런저런 얘기들을 걸어주셨다.

내게 이원종 지사님 하면 가장 인상 깊게 떠오르는 것이 바이오엑스포다. 충북이라는 바이오 불모지에 터를 닦고 씨앗을 뿌리신 일은 이제 충북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의약 부문만이 아니라 식량, 환경, 에너지 문제 등 인류가 해결해야 할 모든 산업 부문에서 응용과 융합을 통해 확대되고 있어 21세기 번영으로 가는 유일의 다리요, 최선의 생존전략이라고 확신하셨다(성공한 네 모습을 보라, 정문섭 저).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확신을 가지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셨다.

아버지께서 대장암과 위암 수술을 받은 가족력이 있어 검진을 받을 때마다 긴장하지만 다행히 이번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확한 결과야 추후 통보되겠지만 이번에 신체보다 중요한 확신의 검사를 받은 것이 있어 뿌듯하다. 비록 지금은 보잘 것 없는 먹자골목이지만 삼겹살 거리가 나중에 청주를 알리고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될 수도 있다는 확신의 검사. 지사님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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