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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조선 건국 7년째인 1398년 8월 26일 밤, 재상정치를 꿈꾸던 정도전은 왕권정치가 아니면 안 되는 이방원의 칼날에 베어졌다. 조선 창업의 기획자이자 이성계의 오른팔인 정도전에게는 역모 죄가 씌어졌다. 정도전이 어린 세자를 등에 업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이방원을 비롯한 왕자들을 제거하려 했다는 대역죄. 재상정치를 통해 이성계를 도와 백성을 구하고 굳건한 나라를 정립하려던 정도전의 이상은 그러나 역성혁명으로 창업한 이씨 왕권을 완성해야 하는 이방원의 현실 앞에서는 목엣가시였다.

정도전이 10여 년의 고적한 유배생활 끝자락에 고려 말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함경도 함주까지 두 번이나 걸어서 이성계를 만난 사상적 이유는 민본(民本) 때문이었다. 백성의 삶을 돌보지 않는 왕이나 귀족은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지만, 고려 말은 오히려 이와 정반대였다. 스승 이색 문하의 선배 정몽주가 건네 준 '맹자'를 외다시피 한 삼봉에게 고려는 이미 운을 다한 왕조였고, 선양(禪讓)이든 방벌(放伐)이든 교체돼야 할 왕이었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왕권정치의 피해자는 결국 아무런 죄 없는 백성이라는 사실을 피눈물로 깨달은 삼봉에게 왕권은 상징적이어야 했다. 요즘말로 하면 입헌군주제의 군주 같은 존재면 됐다. 대신, 수많은 인재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검증받은 재상이 현실정치를 맡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 삼봉은 그러나 이방원에게는 없어져야 할 존재였다.

지난 3월3일 '삼삼데이' 행사는 그야말로 성황이었다. 이날 하루 청주 삼겹살 거리를 찾은 인파는 줄잡아 1만여 명에 이를 정도였다. 일요일인데다 날씨도 그만하면 나들이하기에 나쁘지 않아 사람들은 끊임없이 밀려왔다. 1인분에 5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여러 문화행사와 경품행사까지 마련했으니 유혹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행사 이틀 뒤 상인회에서 나름대로 삼겹살 주문량과 판매량을 근거로 환산해보니 1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다. 서문시장 한 상인은 예전 서문시장 전성기를 다시 보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다 죽어가던 서문시장이 삼겹살 특화거리를 통해 다시 살아난다며 환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삼겹살 거리 탓에 시내 삼겹살 식당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올 들어 매월 3일 치르는 '삼겹살 데이'행사 때문에 시내 삼겹살 식당들이 시청에 항의했다는 사실도 최근 알았다. 실제 청주시청에 확인해 보니, 일부 시민들이 삼겹살거리 가격 할인행사를 막아달라며 항의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삼겹살 데이 행사 때 가격할인 폭만큼 시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지원 중단을 요청한 내용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매월 3일 치르는 '삼겹살 데이' 행사는 순수하게 상인회에서 자체 회비를 들여 준비하는 것으로 시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는다. 다만, 매년 3월3일 한 번 치르는 '삼삼데이'의 경우 삼겹살 특화거리 조성 주체인 청주시가 행사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은 맞다.

삼겹살 거리는 청주의 대표음식인 삼겹살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수도권을 비롯한 외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창구로 조성되고 있다. 청주시내 다른 삼겹살 식당과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내에는 오래된 삼겹살 식당들이 많은데다 나름대로 독창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청주 삼겹살의 소중한 자산이다. 외려 삼겹살 거리 식당들의 경쟁력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삼겹살 거리가 나름대로 지명도와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면 시내 삼겹살 식당들과 연대해 전국적인 '청주 삼삼데이' 행사도 치러볼 만하다.

민본정치를 위한 정도전의 진심이 신원(伸寃)되기까지는 수백 년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청주의 '홍보 일번지'로서 삼겹살거리의 가치를 인정받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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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