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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지난 주 금요일 오후 2시 청주시 서문동 소재 성안길고객지원센터 지하 강의실에서는 중장년층 남녀노소 30 여남은 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한 대학 강의가 열렸다. 강사인 현직 대학 교수님의 은밀한 정보제공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대학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화재보험 가입 시 절대로 저축형 상품을 선택하지 말 것, 소멸성 보험에 가입하면 연간 몇 만원으로 웬만한 혜택은 다 누릴 수 있다는 것 등등. 학생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하나 빠뜨리지 않고 질서(疾書)를 하거나 적바림을 했다. 제법 의협심이 있어 보이는 40대 후반의 남자 대학생이 손을 들어 보험 설계사들이 그런 상품을 소개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자, 강사는 쥐어박듯 면박을 주었다. 돈도 안 되는 상품을 어느 누가 소개하겠느냐고. 수업 중인 대학생들의 나이 대역은 폭이 넓어 보였다. 적게는 40대 초반에서 많게는 70대 후반까지. 40대 초반의 여대생은 시장통에서 중저가 의류를 판매하는 상인이었고, 70대 후반의 여대생 역시 시장통에서 과일 노점상을 운영하는 상인이었다. 50대 후반의 정육점 주인도 고기 썰던 칼을 놓고 왔으며, 50대 초반의 식자재 도매상도 물건 배달을 미룬 채 참석했다. 삼겹살 식당 주인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손님이 뜸한 시간대라 그런지 별 조바심 없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서문시장 상인대학은 지난 5월초부터 시작됐다. 전통시장 상인들 30명 이상이 등록을 해야 하고 2시간짜리 수업을 20회 이수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매주 3회 월,수,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출석율이 90% 이상 되지 않으면 아예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데, 이렇게 수업 시수를 채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으면 상인대학 개설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전통시장 상인대학은 일종의 스펙이다. 스펙을 쌓지 못하면 전통시장지원법에 따른 각종 혜택을 받기 어렵다. 특목고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중고등 학생들이 힘겹게 쌓아가는 스펙과 다를 게 없다.

강의 내용은 다양하다. 전통시장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훑어보고 현 상황을 점검하며 향후 전통시장의 모습을 전망해보기도 한다. 식당 별 손님 접대 과정을 전반적으로 점검한 뒤 나름대로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아보기도 한다. 또 전국의 내로라하는 전통시장을 비교하며 이들 시장만의 경쟁력을 따져보기도 한다. 특히 대형 할인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경쟁력 확보방안이나 대형마트와의 상생방안을 사례별로 분석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교육은 상인들의 단합과 친목을 강조하는 부분. 상인회원들 간 결속력이 약하거나 화합이 미흡한 시장은 사실상 정부지원을 받기 어려운데 이는 설사 지원을 해주더라도 이후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 사업은 주로 중소기업청에 의해 진행된다. 시장현대화 사업 같은 인프라 구축 사업을 비롯해 공동마켓팅 사업, 브랜드화 사업, 문화관광형 사업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걸쳐 전 방위적으로 지원되는 편이다. 특히 지난 2006년 설립된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데 가장 비중을 두는 지원 기준은 시장이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 여부이다. 상인회 결속력의 결정적인 판단기준이 바로 상인대학 개설이다. 상인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상인대학 같은 과정을 준비하고 운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막바지 모내기가 한창인 요즘,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물이 새나가지 않게 진흙으로 논둑을 높이고 혹시나 있을 쥐구멍도 찾아 막아야 한다. 주인 없는 물이라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서로 아귀다툼 하듯 물을 끌어 쓰다가는 농사도 망치고 인심만 사납게 된다. 서문시장 상인 대학생들은 이달 하순 대학 학사모를 쓸 꿈에 부풀어 있다. 물 댈 논을 만들기 위해 착실히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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