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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8.11 15:24:55
  • 최종수정2013.08.11 15:24:55

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미꾸라지를 수입하는 어느 무역상은 통관절차 상 소요되는 며칠 사이 고기들이 활력을 잃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식장에서 사육된 미꾸라지들을 수조에 담을 때만 해도 펄펄 뛰던 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비실비실 연신 거품만 뱉어 냈다. 활력 없는 고기는 제값을 받지 못했다.

상인은 생각 끝에 미꾸라지의 천적인 가물치를 이용하기로 했다. 수조마다 가물치 한 마리를 넣었다. 미꾸라지들은 좁은 수조안에서 가물치에게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잽싸게 몸을 움직였다. 수조 속 미꾸라지들은 생기가 넘쳤다. 상인의 미꾸라지는 다른 상인들 것보다 훨씬 비싸게 팔렸다. 이질적인 요소가 전체를 활력 있게 만들기도 한다.

청어는 지방기가 많아 고소하게 구워먹기도 하지만 회로 먹을 경우 일품인데 마치 우리의 전어와 그 맛이 비슷하다. 그래서 살아 있는 청어는 냉동 청어보다 몇 배나 비싸게 팔린다. 그러나 멀리 베링해나 북해에서 잡히는 청어를 산 채로 들여오는 방법이 문제였다.

영국의 어느 지혜로운 어부는 청어의 천적인 물메기를 넣을 경우 청어의 생존율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메기에게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청어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성질 급한 청어는 가만히 두어도 얼마 가지 않아 죽기 일쑤였지만 물메기에게 잡혀 먹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보니 죽는 놈이 거의 없었다. 물메기에게 잡혀 먹는 청어가 얼마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냉동 청어를 가져올 때보다 수입은 비교할 수 없이 늘었다. 청어는 산 채로 들여올 수 없다는 고정관념은 그 실험적인 어부에 의해 가볍게 깨어졌다.

40년 고기 장사를 했다는 상인은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한 푼이라도 남겨야 장사의 의미가 있다고. 장사를 해서 남아야 가족의 생계를 잇고 재투자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시장 상인회의 모든 활동을 이윤추구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상인 각자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다 보니 이윤이 남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또한 회원 전체가 합의한 행사를 놓고 개인 이해가 얽히면 반대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어느 상인은 전체의 이익을 키우다보면 개인의 이익도 덩달아 커질 거라고 우긴다.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고집한다.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살면서 기둥이나 대들보 같은 골격을 고치지는 않고 각자의 방을 꾸미고 단장해봐야 얼마 가지 않아 그 집은 무너져 내릴 거라고 꼬집어 말한다. 이런 그의 주장은 상인들의 생각들 사이에서 미꾸라지 수조 속의 가물치 같다.

비단 상인들만의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정.관가에서는 출마 예상자들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내년도 선거에서는 도지사 못지않게 통합 청주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거명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적잖이 실망스럽다. 너무 행정관료 일색이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출신이거나 고위직 관료 출신들이 대부분이고 가뭄에 콩 나듯이 외부 인물이 한 둘 눈에 띌 뿐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되도록 우리 충북의 자치단체장들은 거의 행정관료 출신들이었다. 물론 그 분들 중에는 선각자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꿰뚫고 미리 준비한 분도 있고, 시대정신에 충실한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복잡다기한 행정의 속성 상 행정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언제까지 행정관료 일색의 단체장이어야 하는가. 일반 행정이 종합행정이어서 사회 전 계층.분야에 걸쳐 골고루 따듯한 기운을 보내줘야 하지만 일반 행정에 몸이 밴 단체장들이 임기 내내 선택하지도 않고 집중하지도 못하다 세월만 보내는 것 같아 안타깝기 때문이다. 가물치 같은 사람들이 섞여야 하고, 물메기 같은 생각들이 번져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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