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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지난 3일,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에도 모처럼 서문동 삼겹살거리는 사람들로 넘실댔다. 낮에는 주로 노인들이 삼삼오오 찾아오셨고, 저녁 퇴근시간 무렵에는 직장인들이나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았다. 특히 저녁 7시 색소폰 연주 음악이 어둠속으로 스며들면서 거리는 고소하게 타는 삼겹살 냄새와 낭만적인 음악, 그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어우러져 가든 파티장을 연상케 했다. 종사자들은 춥기는커녕 땀까지 훔쳐내며 식탁 사이를 미끄러지듯 다녀야 했다. 우리들은 외부의 지원 없이 치러낸 우리의 작은 시도에 스스로 대견해 했다.

이로써 앞으로 매월 3일 치러질 '청주 삼겹살데이'는 시작됐다. 당초 '청주 삼겹살데이' 아이디어는 구랍 초 열린 상인회 월례회에서 발제됐다. 15명으로 구성된 삼겹살거리 상인회는 매월 다양한 가격할인 행사와 문화행사를 준비해 소박한 잔치를 벌이기로 그날 그 자리에서 결의했다. 3월3일 예정된 '삼삼데이' 행사 하나로는 삼겹살거리를 조기 정착하기에 미흡하다는 점에 다들 공감을 하던 터였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봇물 터지듯 했다. 월별로 시기적절한 행사를 발굴함으로써 방문객들의 기대감과 흥미를 고취시키자고 했다. 매월 제철에 맞는 음식재료를 활용함으로써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치르자고도 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마지막까지 갑론을박 했던 사안은 할인 폭. 손해를 보더라도 1인분에 5천 원 정도로 파격 할인해야 한다는 주장과 할인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 팽팽한 논쟁 끝에 매월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할인 행사를 치르기로 결정 났다. 사실이날 회원들의 가슴을 가장 두근거리게 만든 제안 하나는 따로 있었다. 관공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 스스로 치러보자는 것. 무슨 행사를 한다 싶으면 '눈 먼' 예산 도움을 받아보려고 눈이 벌건 요즘 추세와는 달리 우리 '스스로' 치르기로 했다. 그동안 관공서나 시민들로부터 받은 과분한 사랑과 격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염치없이 또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

적립돼 있는 회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월 삼겹살데이 행사를 위해서 특별회비를 갹출하기도 어려운 사정들이어서 '없이 치르는 것'이 결론이었다. 돈이 들어가지 않는 행사들을 생각해보니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다. 딱 한 번은, 소주를 공동구매하고 있는 주류업체에 소액의 발전기금을 부탁했으나 보기 좋게 딱지를 맞았다. 아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부탁해 보기로 했다. 한겨울 밤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색소폰 연주단을 만났다. 후배 서예가에게 퍼포먼스를 부탁했다. 육거리 시장에서 엿가위를 치고 있는 엿장사를 만나기 위해 3번을 찾아갔다. 군고구마 장사를 만나기 위해 시내를 쏘다니기도 했다. 한편으론 삼겹살거리가 있는 서문시장 내 기물 가게, 해물 가게, 식자재 가게 등에도 주요 취급품목에 대한 할인행사를 부탁했다.

준비한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해 기자실을 찾아 홍보를 부탁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행사 당일 날씨가 너무 추운 바람에 엿장사와 군고구마 장사, 호떡 장사가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선뜻 동참해 준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한다.

첫 번째 '청주 삼겹살데이' 행사는 그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의미 있는 시도다. 토끼같이 연약한 골목상권 자영업자 처지에서 보면, 늑대나 사냥개 모두 위협적이다. 정부는 대형 할인점이라는 도심 늑대를 잡기 위해 덩치 큰 재래시장이라는 사냥개를 키워 왔다. 그러나 힘없는 골목상권 상인들 처지에서는 늑대나 사냥개나 다 무서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도심에 방치된 골목을 특화된 거리로 만들어 늑대나 사냥개도 무섭지 않은 동네까치 같은 존재로 거듭나려는 우리 삼겹살거리 상인들의 시도가 의미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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