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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지난 토요일 오후, 또 헛걸음질 삼아 무심천 벚나무 가로수 길을 찾았다. 벌써부터 무심천 언저리는 상춘객들 차지다. 가볍고 환한 옷차림에 웃음소리들이 명랑하다. 하루가 다르게 무심천 벚나무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겉이 매끈하던 꽃눈이 어느새 삐죽빼죽 솟아올랐다. 봉긋한 꽃봉오리들을 보니 개화기를 4월 초라고 보도한 엊그제 신문기사가 오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천 둑길 아래 엎드려 있는 개나리도 게릴라처럼 봄을 급습할 태세다. 서서히, 은밀히 봄은 고양이처럼 다가오다 마침내 화산처럼 폭발하겠지. 미구에 꽃이 만개하는 날이면 헛일 삼아 나올 겨를이 없을 것 같다.

주말이면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눈에 띄게 늘지는 않지만 조금씩 꾸준히 늘어나는 품새가 꼭 꽃 피기 전 봄의 모습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청주의 이웃사촌들이다. 천안 사람들, 조치원 사람들, 대전 사람들, 신탄진 사람들, 세종 사람들.... 이웃 마을 청주에 삼겹살 거리가 생겼다며 멀다 않고 찾아주는 이웃사촌들이 고맙다. 주중에는 애향심으로 찾아주는 시민들이 있다면, 주말에는 정으로 찾아주는 이웃사촌들이 있다. 상인들끼리 얘기를 하다보면 주말에 찾아오는 이웃사촌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는 천안에서 두 가족 8명이 찾아왔다. 40대 초반의 젊은 부부들이 어린 자녀들까지 데리고 문을 들어섰다. 직장에서 퇴근하자마자 가족들을 데리고 오는 데 30여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상차림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건네줬더니 아주 행복해 했다. 부지런한 식사가 끝나갈 무렵 자리를 같이 했다. 둘은 천안 경찰서에 근무하는 직장 동료 사이였다. 주간 근무를 하고 다음날이 휴무일이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왔다고. 생각보다 골목이 좀 어둡다고 말을 꺼냈다. 천안이 날로 발전하는 얘기며, 병천 순대 골목, 실내 테니스장 등 정해놓은 화제 없이 얘기를 나눴다. 손님들이 뜸한 틈을 타 소맥 폭탄주까지 마셔가며 아주 유쾌하게 보냈다. 어느새 형님 동생 하는 호칭으로 바뀌고 격의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천안에 가면 청주 삼겹살 홍보대사 노릇을 하겠다는 호언도 곧이곧대로 기분 좋게 들렸다.

엊그제 토요일 저녁 5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에도 천안 이웃들이 마실 오듯 찾아 오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들을 포함한 이른바 삼대 가족. 따로 예약 전화를 받은 것이 없어 처음에는 어디서 오셨는지 몰랐다. 주문을 받는 동안 천안에서 왔다며 좋은 고기를 달라고 하는 바람에 알게 됐다. 천안 사람들도 이젠 청주에 삼겹살 거리가 생겼다는 걸 웬만하면 안다며 전국적인 명소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까지 해주셨다. 할아버지는 예전 청주 시오야끼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달인 간장에 고기를 푹 담그셨다. 찾아오는 길이 어렵거나 멀지는 않지만 막상 와보니 주말이라 그런지 차를 대기가 어려워 삼겹살 거리를 한 바퀴 돌아 겨우 한 자리를 찾았다고. 무심동로에 삼겹살 거리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아직 홍보되지 않은 게 분명하다. 내년에는 삼겹살 거리 내에 주차장이 마련될 것이라며 변치 않는 애정을 당부했다.

청주 삼겹살 거리가 청주 사람들만의 골목이 돼서는 안 된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먹자골목 치고 외지인들이 많지 않은 곳이 없다. 춘천의 닭갈비 골목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사람들이 즐겨 찾고, 전주의 비빔밥 골목에는 전국에서 오지 않는 사람이 없다. 단순히 청주에도 먹자골목쯤 하나 있어야 한다는 겉치레 목표보다는 긴 안목에서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내 고장 사람들이 사랑하는 장소가 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으로 이웃사촌, 전국, 전 세계 사람들이 찾고 싶은 곳이 돼야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무심천 둑길에는 봄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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