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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지난 주 수요일 오후3시 청주시 서문동 삼겹살 거리 통로에서는 이색적인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일반적으로 주민설명회가 폐쇄된 공간에서 열리는 것과 달리 이날 설명회는 아케이드가 설치된 구간의 차량 통행을 제한한 채 노상에서 개최되었다. 주민설명회는 '차 없는 거리'에서 많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지하게 진행됐다.

요즘의 도시개발 방향은 신규 개발보다는 기존 도심지 활용이 대세다. 도시 주변에 새로운 개발 부지를 확보해 도시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주된 개발방식이었다면, 요즘 개발 방식은 도심 공동화된 구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줌으로써 도시 안을 살려보자는 것이다. 더 이상 부지를 값싸게 매입하기도 어렵고, 매입할 만한 부지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해법 같다. 이날 주민설명회의 명칭도 '도심활력증진사업'이었다.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연구팀이 그동안 청주 서문시장 일대를 대상으로 검토한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도시공학과 담당 책임교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개발계획과 개발효과에 대해 거침없이 설명했다.

서문시장 도심활력 증진사업은 크게 3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어두운 거리를 밝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저분한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람이 다니기 편한 거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대명제였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할 수 없이 전통시장의 명분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서문시장이 살아날 방법은 거리를 특화하는 것이다. 전통시장의 기능을 사실상 잃어버렸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에서 회생의 길은 시작된다. 암 덩어리를 몸속에 담아두고서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소용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을 받은 뒤 치료와 함께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사업 내용대로라면 서문시장의 세 방향 진입로 입구에 휘황찬란한 입구 표시 간판이 세워지고, 가로등은 요즘 많이 쓰는 고효율 LED등으로 전면 교체된다. 어두침침한 거리에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수립된 것으로 이견의 여지가 없는 사업이다. 또한 거리미화 차원에서 셔터가 내려진 빈 점포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작품성 있는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거리에 예술적 이미지를 심어준다. 거리 중간에는 작은 무대를 설치해 소규모 공연이나 연주가 수시로 열릴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거리 한 복판에 동일 규격의 풍물시장 판매대를 설치함으로써 볼거리와 살거리를 제공한다.

이날 설명회 내용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일방통행로 설치문제였다. 비가림 시설(아케이드)안을 저녁 시간대에 차 없는 거리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듯했으나, 서문 오거리에서 무심천 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눠졌다. 폭 4m에 불과한 좁은 도로에 양 방향에서 차량이 진입하다 보니 사람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심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거리 이미지에 아주 나쁜 영향을 준다는 연구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밖에도 홈플러스 성안점 뒤편 한 개 차선을 인도로 확장해 영화관, 삼겹살 거리, 무심천을 하나의 길로 연계하는 방안과 현재 거리 곳곳에 무질서하게 주차돼 있는 상인이나 고객들의 차량들을 공영주차장에 이동 주차해야 하는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이같이 획기적인 도심활력증진사업 내용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상인들의 동의와 협조 여부다. 상인이나 건물주 각자 자신의 작은 이익에 매몰돼 주민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사업은 무효화되고 수십억 원에 이른 사업비는 국고로 반납될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수술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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