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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 거리 함지락 대표

#지난 주말 저녁 7시쯤 6쌍의 부부가 찾아왔다. 점심 무렵 예약 전화를 받았는데 '둥지회'라는 이름이 참 소박하고 정겨웠다. 남자 고등학교 친구들의 부부동반 모임인데 부부가 함께 만나온 지 20년이 됐다고 했다. 40대 중후반인 이들의 대화는 격의 없어 보였다. 고교 시절 즐거운 추억들과 함께 각자의 노후준비에 대해 주로 얘기들을 나누는 것 같았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으나 흥겨움에 취해 있는 듯했다. 각자 청주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어 중간지점인 삼겹살 거리에서 모이기가 '딱'이라고 했다.

#전날 저녁에는 종친회 모임이 있었다. 청주시청과 청원군청에 근무하는 어느 성씨 일가 종친회원 20여 명이 찾아왔다. 그동안 두 달에 한 번 꼴로 주로 관공서 근처 식당에서 모였는데 회식 장소를 삼겹살 거리로 바꾸기로 했단다. 물론 회원 가운데 몇 명과 개인적으로 면식이 있는 사이여서 일부러 매상 올려주려고 찾아주신 속뜻을 모르지는 않았다. 내년도 통합시 출범을 앞두고 공무원 사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통합이라는 역사적인 시기와 맞물려 행정통합에 대해 중진 공무원들로서 깊은 얘기들을 나누는 듯했다. 이곳 삼겹살 거리에서 통합에 관한 자유롭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그 전날에도 도청 공무원들의 모임이 있었다. 도청 팀장을 비롯한 십 수 명의 팀원들이 과장을 모시고 단합을 다지는 회식자리였다. 팀별로 얼마 되지 않는 공금을 아껴 두었다가 직장 상사와 조직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소통하는 자리였다. 도청 내에서는 각 팀별, 과별, 또는 국별로 이런 모임을 갖고 있는데 욕심 같아서는 삼겹살 거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드물게 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알아서 와 주길 기대하지 말고 가끔이나마 고맙게 찾아주는 발길들이 더욱 경쾌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소홀하지 않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며칠 전에는 방송국 직원 50여 명이 다녀갔다. 삼겹살 거리에 회식장소를 정하라는 사장님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주의 대표적인 먹거리 골목인 삼겹살 거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그 사장님은 삼겹살 회식을 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삼겹살 거리 내 식당을 잡으라고 못을 박아 놓은 상태였다. 주차문제로 다소 불편함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삼겹살 거리로 회식 장소를 정한 데에는 삼겹살 거리가 주중에 기관이나 단체의 회식 장소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나의 논리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홀 전체를 장악한 직원들은 3시간 동안 분주한 담소를 나눴다.

#며칠 전에는 초등학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 왁자지껄 했다. 해병대 하사관을 나온 친구의 에피소드가 다시 입에 올려졌다. 그 친구는 6개월 동안 해병대 하사관이라는 엄혹한 입소훈련을 받고 일선 자대에 배치됐다. 며칠을 조용히 지내던 친구는 계급사회인 군대에서 하사관들이 사병들에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에 돌입했다. 완전군장 차림으로 사병들을 연병장에 집합시킨 뒤 떨리는 목소리로 계급사회에 대해 일장연설을 했다. 이어 군기를 잡기 위해 얼차려를 실시하기로 했다. 고향이 충청도인 친구는 너무 긴장한 탓에 '뒤로 취침!'이라는 군대용어 대신 '둔눠!'라고 말해버렸다. 말뜻을 몰라 어쩔 줄 모르는 병사들에게 친구는 다시 '안 둔눠!'라고 명령했다.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친구가 군대라는 계급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겪은 일화가 이어지면서 친구들은 배꼽을 찾느라 방바닥을 기었고 코로 술을 뱉었다.

삼겹살 거리가 청주의 회식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주중에는 관공서나 기관, 기업체 또는 각종 단체들의 회식 장소로 떠오르고 있고, 주말에는 주로 외지인과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찾아오는 조촐한 회합의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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