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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4.14 16:10: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하루 일상 가운데 가장 많은 생각을 할 때가 언제인지 제약회사 팀장으로 출퇴근하는 아내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직장 생활하랴, 집안 일 챙기랴, 아이들 뒷바라지 하랴 할 일이 태산 일 텐데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건지 어느 때 정리하느냐고 짐짓 걱정하는 척 하면서. 수퍼 우먼도 하기 힘든 일들을 해내느라 고생이 많다고 위로하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가끔 아내의 볼멘소리들을 들어주곤 하지만 사실 귀만 열었지 맘은 딴 데 가 있기가 일쑤입니다.

답은 의외였습니다. 혹시 설거지할 때나 청소할 때, 또는 걸레질할 때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운전 중'이라는 거였습니다. 전에 가끔 아내의 설거지를 도와주다 보면, 그릇들을 하나하나 닦고 씻어내는 설거지의 반복 과정에서 여자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성찰을 많이 하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아하, 그게 아니고 아내는 출퇴근하는 승용차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렇겠다는 짐작이 갑니다. 아무 방해도 없는 차안에서 회사일이며 집안일, 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몇몇 여자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비슷합니다. 여자들은 주로 운전이라는 반복과정을 통해 많은 생각들을 떠올리고, 정리하는 것 같습니다. 고른 박자로 움직이는 반복과정은 의외로 생각을 만들어 냅니다. 언뜻 보면 똑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다소 단조롭고 지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는 분주한 사고작용이 일어납니다.

인도의 정신, 간디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조용히 침잠하는 눈빛으로 가만히 물레를 돌리고 있는 모습. 바쁠 것도 없고, 급할 것도 없는 그 물레질을 통해 간디는 사람 잡아먹는 산업문명의 거대한 물길을 바로 잡으려 했습니다.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사람들의 정신이 결딴나고, 공동체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간디는 영국의 식민지로서 인도의 진정한 독립과 물질문명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비폭력적이고 무저항적인 물레질을 계속했습니다. 자칫 개인의 앙갚음과 인도의 독립이라는 작은 틀에 갇혀 있을지도 모르는 생각들을 더욱 우주적이고 근원적인 사색의 틀로 키운 이면에는 물레질이라는 반복과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중일기를 보다 보면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이 하나 있는데 바로 활쏘기입니다. 적게는 다섯 순, 보통은 열순 정도, 그리고 많게는 스무 순의 활을 쏘며 이순신은 자신의 바른 죽음을 겨냥했습니다. 군관들과 교류할 때도 활을 쏘았고, 문란해진 군기를 잡을 때도 활을 쏘았고, 특별한 군무가 없이 혼자 있을 때도 활을 쏘았습니다. 거듭되는 해전으로 몸이 녹초가 되도록 지쳐있을 때도 활을 쏘고,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활을 쏘았습니다. 하루 한 시각도 끊지 않고 오로지 힘없는 백성의 구명과 무력한 조선의 승리만을 위해 치열하게 생각을 했을 테지만 이순신에게 활쏘기는 정신적인 탈출구이며, 과녁은 가슴 뻥 뚫리는 숨구멍이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치유(힐링)라는 이름이 대표적인 시대정신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걷기운동이 대표적인 힐링의 방법으로 부상하면서 자치단체마다 주로 호수 둘레를 따라 둘레길을 만든다고 부산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너무 시설에 치우쳐 있고, 다분히 현실 도피적이라는 점입니다. 힐링이라는 온실에서 오히려 문제 해결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일과 관련된 반복과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힐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철학자 칸트는 오후 2시 어김없이 마을 앞길을 산책하며 비판철학을 정리했고, 수학을 좋아하던 어느 선배 기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곤 했습니다. 매출 부진으로 고민이 많은 성안길 어느 옷장사는 구겨진 옷을 다리미로 펴는 동안 마음이 편해진답니다. 고기 장사는 고기를 썰면서 여러 생각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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