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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삼겹살거리상인회 총무

봄이라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 설중매가 그 고결한 향을 바람에 실어 봄을 예언했다고 봄이랄 순 없다. 무심천 냇가 솜털 같은 버들강아지도 한참 전부터 옹알이 했던 봄이었다고 봄이랄 순 없다. 또한 무심천 둔덕 개나리가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서 군악대처럼 요란스럽게 봄을 연주해도 온전한 봄이랄 순 없고, 바로 위 벚나무에 울퉁불퉁 움이 트고 하얀 봄이 흐드러지다 해도 완전한 봄이랄 수 없다. 한 사람이 말하는 봄, 한 가지만 보이는 봄은 봄이 아니다. 거센 파도처럼 한꺼번에 수만 겹으로 밀려와 천지에 만화방창해야 봄이랄 수 있다.

청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의원들과의 간담회가 처음으로 열린 건 지난해 12월 5일,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삼겹살 거리에 문제가 많아 직접 상인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의원들의 인식에서 간담회는 성사됐다. 삼겹살 거리 식당을 찾아보고 느꼈다는 것인지,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다만, 청주시에서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삼겹살 거리 조성사업을 두고 시민들의 불만이 팽배하니 시의회 차원에서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생계가 달린 상인들에게는 간절한 간담회(懇談會)였고, 자존심이 걸린 의원들에게는 여론 수렴을 위한 간담회(間談會)였다.

간담회 분위기는 겉으로는 소통하는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매우 일방적이었다. 청주시와 시의회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인데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부족한데다 상인들 간 화합이 되지 않아 문제가 많으니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태도였다. 서두에 상인들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개선책이 제시되었고 다음에 의원들의 훈수가 시작됐다. 식당이나 미용실 등 대부분 자기의 생업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어서 그런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들어가며 훈계했다. 삼겹살 거리에 대한 모든 책임은 상인들에게 전가됐다. 상임위원실 등 높은 의자에서 간담회를 갖고 되돌아오는 길이 허전했다.

이후 삼겹살 거리에 자주 들러 상인들과 속을 터놓고 대화를 하겠다는 의원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상인회 회원들로부터 지역구 의원이나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찾아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상인들이 제시한 해결책을 최대한 의정에 반영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연말부터 상인회 총무를 맡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 약속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문의 전화 한 통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삼겹살 거리 지정 이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치러지는 3월 3일 '삼삼데이' 행사를 두고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의원들이나 지역구 시의원 누구에게서 문의 전화는 없었다. 지역구 시의원들이 3명이나 있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지역구 시의원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밖에서 보기에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상인들이 여러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으니 가끔 들러 삼겹살 거리 실정을 파악하고 의정에 반영해달라고 읍소했다. 돌아오는 대답이 황당했다. "당신 식당에 가지 않았다고 그러는 거냐·". 헐!!. 삼겹살 거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역구 의원에게 '삼삼데이' 행사에 초청하는 전화를 하며 관심을 촉구했더니 돌아오는 대답 역시 헐!. 시의회에서 미국에 연수 갔다가 돌아오면 할 수 있게 5분 발언 원고 좀 만들어 달란다. 무심천에서 고기 못 잡는 낚시꾼이 태평양에 간다고 뭔 고기를 잡겠나.

그래도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상인회는 올 들어 매월 3일 적자 감수가격으로 '삼겹살 데이' 행사를 치러 왔다. 또한 상인들 간 화합이 안 된다는 따끔한 질책 이후 두 개로 분리돼 있던 상인회는 산고를 치르고 하나로 통합됐다.

겨울이 긴 꼬리를 감추는 지금은 미완의 봄, 마침내 사방 천지에 볼 것이 가득할 때 가르치지 않고 약속하지 않는 소통이 만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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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