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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이른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땅이다. 아파트 창문으로 내려다본 아스팔트길이 젖어 있기라도 하면 금세 맥이 빠진다. 그렇지 않다면 6시쯤 라켓가방을 둘러메고 자전거 페달을 구르며 테니스 코트로 향한다. 내 하루의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다.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1차 출근을 하다보면 콧노래가 절로 난다. 전날 술을 마셔 속이 불편하거나, 늦도록 일을 해 잠이 부족하더라도 테니스를 치다보면 다 풀어지고 다 달아난다. 20여 년을 가까이해 온 테니스는 내게 평생 반려운동이다.

테니스 코트에서는 가끔 아침에도 삼겹살이 구워진다. 자영업을 하는 회원들이 많아 저녁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 보니 친목도모 행사도 아침에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축하할 일이 생기면 코트 한 켠에 마련된 바비큐 드럼통에서 종종 숯불 연기가 피어오른다. 얼마 전에는 외부 시합에서 입상을 한 후배가 한 턱 냈다. 자그마치 30킬로그램이나 되는 삼겹살에다 김치, 막걸리까지 준비해 왔다. 동쪽으로 보이는 선도산에서 해가 찬란히 떠오를 때 우리는 고소하니 삼겹살을 구웠다.

한 순배 막걸리 잔까지 돌면서 시합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다. 먼저, 이번에 상을 받은 그 후배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어깨 힘빼기'를 들었다. 중요한 대회일수록 긴장감이 가중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사실 무슨 운동에서든지 힘빼기는 중요하다. 근육이 경직돼 있으면 부자연스런 몸동작이 나오게 되고 이는 잦은 실수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힘빼기란 게 좀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오랜 수련의 끝에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학원을 운영하며 25년 간 테니스를 쳤다는 선배는 '공을 끝까지 보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승부욕이 강해지거나 긴장될수록 공을 쳐다보지 않고 코스를 먼저 보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지고 따라서 실수가 잦다는 것이다. 스포츠 기사를 보면 선수들이 테니스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진이 자주 나오는데 바로 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공에 찍혀 있는 글자를 확인할 것처럼 끝까지 쳐다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턴 코스를 미리 정해야 하는데 공을 치기 전에 코스를 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공을 끝까지 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공보다는 잠시 뒤 있을 득점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눈을 가리기 때문이다.

20년 간 테니스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목사님은 '욕심 비우기'를 꼽았다.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자신의 공격에 의한 득점보다는 상대방의 실수로 인해 득점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무리한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확실한 득점 기회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치기 어려운 곳이나 약점이 보이는 곳으로 공을 넘겨주면서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사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일수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려고 서두르는데 이는 비겁하게 상대방의 실수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용감하게 공격하는 것이 남자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하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키웠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이제 싸울 수 있겠는가?" "아직 안 됩니다. 지금은 허세만 부리고 교만하며 제 힘만 믿습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다시 물었다. "아직 안 됩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보면 당장 덤벼들 것처럼 합니다" 또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을 때도 그는 "다른 닭을 보면 노려보면서 성난 듯이 하기 때문에 아직도 안 됩니다"라고 답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을 때가 돼서야 그는 말했다. "이제 거의 다 되었습니다. 상대 닭이 소리를 질러대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싸움닭으로서 덕이 갖춰져 있으니(德全) 상대방이 감히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도망부터 갑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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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