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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5.12 17:37: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세대 간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됐으면 하는 삼겹살 거리에 가정의 달 특수(特需)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벚꽃 개화기에 이어 5월 말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올 들어선 더하기는커녕 덜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경기 탓이라고 위안을 삼으면서도 조급증이 밀려온다. 삼겹살 거리는 마땅히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3대가 함께 가족의 정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 여전히 간절하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오후 3시쯤 3명의 노신사들이 찾아오셨다. 유명 브랜드의 아웃도어를 위아래로 갖추어 차려 입으셨고 등산화도 꽤 값비싸 보였다. 등산을 하고 오시는 길인지 연신 수건으로 땀을 훔쳐내셨다. 주문을 받고 상차림을 해드린 뒤 시원하게 드시라고 음료수를 건넸더니 말을 되돌려 주신다. 여기가 청주 삼겹살 거리가 맞느냐? 어정쩡한 시간이라 그런지 어째 사람들이 별로 없느냐? 예전 청주에서 먹었던 시오야끼가 맞느냐? 삼겹살 먹은 뒤 청주에 어디 가볼 데는 없느냐? 등등.

노인공경은 듣기만 잘 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동서 사이인 세 분은 아침 9시나 돼서야 한 차에 타고 청주로 출발하셨다. 그중 한 분이 한창때 청주에서 근무하셨는데 삼겹살 거리 구경도 할 겸 추억의 청주 시오야끼를 먹자고 제안하셨기 때문이다. 세 분은 먼저 상당산성에 올랐고, 다음 수암골에 들렀다가 삼겹살 거리를 찾아오셨다. 어버이날 동서들이 함께 나들이 하시는 걸 보니 참 좋아 보인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중 큰 형님이 정색을 하셨다. 정년 퇴임 후 집에 있다 보니 자식들에게 팽 당하고 마누라들에게 축출당했다고. 어버이날이라 당연히 자식, 손자들과 같이 보내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식들은 아버지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엄마와 먼저 약속을 해놓은 상태였다. 홧김에 작은 동서에게 전화를 했더니 작은 동서도 같은 꼴이었다. 자식들이 엄마들과 점심 약속을 다 짜놓고 아버지에게는 올 테면 오라는 식이었다. 동서 세 명은 부아가 치밀어 의기투합해 맞바람 피듯 집을 나왔다.

문득 시골집에 계시는 아버지가 생각났다. 삶의 우여곡절을 다 겪으시고 이제는 팔순 촌로가 되어 집에 계시는 아버지. 가끔 은행일 보러 시내에 나오시는 것 빼고는 주로 집에 계시는 아버지. 3형제 자식들이 가끔 외식을 하자고 해도 뭣 하러 비싼 돈 들여 사먹느냐며 자주 거절하신다. 여름 긴 하루 대낮을 혼자 어떻게 보내실까?

아버지에 비하면 어머니의 하루는 짧다. 짧은 시간이나마 매일 정해진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자식들이 외식하자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주신다. 정이 많고 유머 감각이 좋아 마을 경로당에서 인기 할머니다. 어머니는 집에 있을 틈이 별로 없다. 그러나 할머니들이 즐거워하는 경로당에 할아버지는 거의 없다.

삼겹살 거리 인근 중앙공원에는 매일 노인들로 넘쳐난다. 집에 혼자 있기 싫어서 나오는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 식사는 할아버지들을 공원으로 유인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할머니들의 경로당은 여럿이 즐겁지만, 할아버지들의 공원은 차고 넘쳐도 즐겁지 않다.

코 앞의 거대한 물결인 고령화 시대의 실태와 대안을 제시한 테드 C 퍼시먼은 '회색 쇼크'라는 두터운 보고서에서 미국 플로리다 새러소타 시를 모범적인 고령화 도시로 소개하며 "그들은 인생의 황혼기를 정리하고 되돌아보면서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방법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즐거운 소통의 공간을 만들지 않고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드는 생각을 하지 않고는 삼겹살 거리가 여전히 적막한 D급 시장으로 남지 않을까 우려되는 가정의 달이다. 내년도 이맘때는 세 분의 동서들이 가족들과 찾아오시도록 가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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