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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 거리 함지락 대표

일요일 이른 아침, 눈을 감은 채로 오감이 분주하다. 오늘은 휴일, 어떻게 하루를 잘 보낼까 생각이 빗발친다. 어젯밤 마신 술기운에 아직도 머릿속이 몽롱하지만 어서 일어나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또렷하다. 혹시 비라도 내리지 않나 가만 귀를 기울여 보니 이런 아뿔싸! 아파트 베란다 우수관로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요즘 일기예보는 왜 그리 잘 맞는지 외려 야속하다.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아스팔트 포도는 흠뻑 젖어 있다. 테니스는 포기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그렇다면 모처럼 골프연습장에라도 가서 두어 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올까, 아니면 얼른 세수라도 하고 정신을 차려 칼럼을 마무리할까, 월요일에 구입해 반밖에 읽지 못한 책을 마저 읽을까, 미역국이라도 끓여 가족들의 아침식사를 마련해볼까... 일주일에 하루 쉬는 자영업자의 일요일 아침이 더 바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격주로 한 달에 두 번을 쉬었다. 삼겹살 거리 인근 대형마트의 휴무일에 맞춰 둘째와 넷째 주 일요일에 쉬는 집이 많았다. 외지에서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주말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업소 주인들 사이에 형성이 돼 있었지만 의무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가족이 운영하는 업소들은 일요일에 거의 빠짐없이 문을 열었다. 전체 업소 가운데 절반쯤은 영업을 하고 있으니 각자 사정에 맡기자는 쪽으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우리처럼 두 명이 운영하는 업소에서는 일요일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하기에는 벅찼다.

그 전에는 매주 일요일에 문을 열었다. 두 명의 아주머니가 번갈아 가며 일요일에 출근해 주방 일을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건비 지출은 많아도, 일요일에 쉬지 않고 일을 해도 삼겹살거리의 초기 정착단계에서 이런 어려움은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던 터였다. 그러나 한 분이 그만두면서 일이 꼬였다. 구인광고를 통해 사람을 구해도 사람은 쉽게 구해지지 않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아주머니는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당장 그만두겠다는 의사는 아니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부친다는 말씀을 하셨다. 할 수 없이 격주로 쉬기로 했다. 자영업이라는 것이 하고 싶으면 하고 놀고 싶으면 노는 '멋대로 장사' 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주변 상황에 민감하고 주변 여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일이다.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사람마저 구하기 어려우니 둘이 모든 걸 해결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식당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는 사람을 쓰지 않기로 하고 모든 걸 둘이 해결하기로 했다. 대신 매주 일요일에 쉬기로 했다. 주중에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일을 하고, 일요일에는 후회 없이 쉬기로 했다. 아주머니는 일요일에 집안 살림 챙기고 시간 나는 대로 무심천 산책로에서 운동한다고 하셨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나 자영업 종사자들에게 주말은 없다. 일요일에 쉬는 업소는 많지 않으며, 주말에 쉬는 업소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사 일요일에 쉰다고 해도 쉬고 싶어 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정이나 여건이 여의치 않아 문을 열지 못할 뿐이다. 무한 경쟁 속에 던져진 자영업자들이 맘 놓고 속 편히 쉴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호사가 호사가 아닌 이유다.

지난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캐치프레이즈로 내 건 '저녁이 있는 삶'은 비교적 안정적인 근로자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유럽식 보편복지를 지향하는 의미의 구체적인 표현이겠지만 일요일 하루도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다분히 낭만적일 뿐이다. 여간 독한 마음먹지 않으면 혼자 몸 건사하기 쉽지 않고, 여간 애쓰지 않으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 한 번 갖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자영업을 왜 하느냐고· 훨훨 나는 청둥오리가 집오리에게 왜 날지 않느냐고 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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