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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최근 노인의 날을 맞아 발표된 전국 자치단체의 황혼자살률 조사 결과 충북이 10만 명당 105명으로 전국 2위였다. 충북도는 자살예방센터가 없어 황혼자살률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최근 충북대에 광역 정신건강 증진센터를 개소하는가 하면 노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돌보기 위한 행복지킴이라는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육체에 병을 얻고 마음에 허무함이 가득한 노인들에게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노인들은 삼대(三代)가족 간 따듯한 소통 같은 정을 더 절실히 원하지는 않을까.

개인적으로 삼겹살 거리라는 곳이 주중에는 주로 직장인들의 단체회식 장소로 이용되고, 주말에는 외지 방문객들이나 가족단위 회식장소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삼대 가족이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세대 간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삼겹살 거리를 찾는 손님들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 세대 간 불통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주일 동안 삼대가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주중에 식당을 찾는 가장 많은 손님들로는 단연 직장인들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모임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는 달리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들의 발길이 잦은 편인데, 주로 어린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가거나 영화를 본 뒤 찾아오는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가끔 삼대 가족이 찾아오기라도 할 때면 순간 불효자의 가슴이 뜨끔하면서도 더 살갑게 대접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얼까.

지난 주 토요일 낮에는 진천에서 삼대 가족 12명이 찾아왔다. 청주에 삼겹살 거리가 생겼다는데도 온 가족이 시간을 내지 못하다 이번에 마음먹고 찾아왔다고 했다. 부모님 형제분 네 명이 한 상에 앉으셨고, 아들 형제 부부 네 명이 또 한 상을 차지했으며, 형제의 자녀들 네 명이 다른 한 상에 앉았다. 여느 녀석들처럼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연신 게임을 하느라 바빴다. 부모님 형제분 부부들은 소주를 곁들이며 농사에 관해 주로 말씀을 나누었다. 형제 부부들은 조용히 식사를 하며 부모님들 식탁을 가끔 훔쳐보며 부족한 것을 주문하거나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느라 바빴다.

전날 금요일 저녁에는 청원군 남이면에 사시는 삼대 가족 10여 명이 방문했다. 젊은 할아버지는 청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아들 내외와 손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오셨다. 삼겹살 거리도 이제 청원군민들 골목이라며 한껏 애정을 보여주셨다. 통합 청주시가 청원군민들에게 해줘야 할 일들을 조목조목 열거하시며 삼겹살 거리도 청원군민들에게 특별히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아직도 사회활동이 왕성하신 젊은 할아버지께서 자식들과 손자들을 챙기는 듯했다.

삼겹살 데이가 열린 지난 3일에는 청주지역에서 제법 큰 자동차폐차업 회사를 운영하시는 할아버지께서 10여 명의 가족을 데리고 오셨다. 내게 술을 한 잔 권하시고는 사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라고 일러 주셨다. 마치 앞에 있는 아들 부부에게 새겨들으라는 듯. 맛은 있는데 친절하지 않거나, 맛은 없는데 친절하면 한 번 방문하는 것으로 말고, 맛도 없고 친절하지도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가지 말라고 소문내며, 맛도 있고 친절하기도 하면 본인도 가고 남도 가게 만든다고 하셨다.

이제는 연로하셔 주로 집에 계신 아버지가 또 생각난다. 매월 한 차례 부모님을 모시고 형제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기로 해놓고는 번번이 취소됐다. 아버지는 다들 바쁠 텐데 뭣 하러 모여 비싼 밥을 사먹느냐며 손사래를 치신다. 하지만 사실은 자식들과 며느리, 특히 손자들과의 단란한 식사를 간절히 원하시는지 모른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자녀들과 함께 두런두런 식사 한 끼 하기도 맘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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