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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군사도시 춘천에서 닭갈비가 생겨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정전 후 춘천은 군사요충지로 부상했고, 국군 각급 부대를 비롯 미군부대도 주둔하기 시작했다. 도시는 혈기왕성한 군인들로 넘쳐났고, 배고픈 젊은이들은 많이 먹어야 했다. 군 부대에 부식을 납품하기 위한 민간사업자도 덩달아 늘어났는데, 육류 공급을 위해 양계장이 들어선 것이 이때였다. 양계장에서는 계란도 나왔고, 고기도 나왔다. 도계장에서는 매일 수 천 마리의 닭을 잡아댔다.

영양 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육류와 더불어 채소류도 필요했는데, 배추보다는 양배추가 선호됐다. 포기가 부풀어 관리하기 어렵고 쉽게 상하는 국산 배추보다는 속이 단단히 들어찬 양배추가 훨씬 효율적이었다. 벗겨 놓으면 양배추의 배춧잎이 국산 배추의 배나 되었으니 배를 채우기 급급한 시절 당연한 선택이었다. 강원도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배추는 군부대를 중심으로 전국에 공급되었다.

닭고기도 풍부하고, 양배추도 넘쳐나면서 먹거리는 밖으로 흘러나왔다. 군부대에 납품하고 남는 재료들을 활용한 음식이 시도되었다. 값싸고 풍부한 닭고기와 양배추를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 먹는 닭갈비가 생겨났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도 시작됐다. 춘천시 명동 허름한 골목에는 닭갈비 집이 하나 둘 늘어났다. 음식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마력이 있었다.

춘천시가 닭갈비에 주목한 것은 60년대 후반. 춘천에서 군 생활을 마친 젊은이들이 다시 찾아들었다. 군 복무 시절의 향수가 어린 닭갈비를 먹기 위해 이들은 주로 애인과 함께 호반의 도시를 찾아왔다. 기차여행의 낭만에 볼거리 많은 풍광, 거기에 닭갈비까지 갖추었으니 완벽한 작업(·)코스가 탄생한 것이다. 군사도시는 이제 관광도시가 되었다. 춘천시는 명동의 닭갈비 골목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40여 년의 어엿한 역사를 가진 춘천 닭갈비 골목은 이제 춘천의 상징이 되었다. 지난 2004년에야 개막된 춘천 닭갈비 막국수 축제에는 매년 70여 만 명의 손님들이 찾아든다.

청주 삼겹살거리는 인위적인 곳이 아니다. 군사도시 춘천에서 닭갈비가 생긴 것만큼 내륙도시 청주에서 삼겹살이 발달한 것은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다. 청주 돼지고기가 수라상에 올랐다는 역사 기록이 있을 만큼 뿌리도 갖고 있다. 오래 전 청주에서 먹은 '시오야끼'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국에 얼마나 많은지 우리만 잘 몰랐다. 주말에 서울 노인들이 가끔 삼겹살 거리를 찾는데 하나같이 청주 시오야끼를 말씀하신다. 우리가 우리 것을 잘 몰랐다. 청주에는 음식 하나 변변한 것이 없다는 자책만 했다. 다만, 늦게 알았고, 이제야 시작하는 것뿐이다.

늦게 시작했다고 너무 조급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건 맞다. 지난해 봄 개나리 움이 트고, 무심천 벚나무 가지에 물이 오를 때 청주 삼겹살은 하늘에 대고 기지재를 켰다. 될 성 부른 싹이라고 다들 칭찬했다. 청주 삼겹살 거리는 지난 한 해 기대와 관심의 자양분을 먹고 나이테 하나를 더했다. 어느 철없는 손마디에 뿌리가 뽑힐 지, 어느 광풍에 가지가 꺾일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차분히 뿌리를 내리고 줄기는 튼실한 몸피를 더하고 있다.

다음달 3일이면 청주 삼겹살 거리의 두 번째 돌이다. 큰 뜻을 하늘에 고한 지 두 해를 맞아 행사를 준비하는 손길이 더욱 마디고 경건하다. 3월3일 '청주 삼삼데이' 행사를 앞두고 삼겹살 거리 상인회는 지난 한 달간 매일 오후 3시 머리를 맞댔다. 삼겹살 거리는 물론 청주 전 지역 수 백 곳의 삼겹살 식당들이 동참해 내로라하는 삼겹살 축제를 여는 그날을 위해 우리가 마중물 역할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녹음이 짙은 여름 춘천 닭갈비를 먹기에 앞서, 꽃 피는 춘삼월에 먼저 청주 삼겹살을 푸짐히 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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