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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스스로 삼중(三重)이라 호를 지었다. 삼겹살의 '삼 겹'을 굳이 한자식으로 표현하자면 세 겹을 나타내는 삼 중(三重)이 될 것이다. 삼겹살이란 말은 조어 구조상 다분히 인위적으로 보인다. 보통 한 겹, 두 겹,세 겹 등으로 세는 것을 보면 삼겹살은 세겹살이라고 해야 옳다. 그러나 말이라는 것이 오래토록 사용되다 보면 나름대로 사회성과 생명력을 갖게 마련이어서 이제 와서 세겹살로 부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청주 삼겹살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허욕에서 내 석 자 이름을 대신할 자호(自號)를 하나 짓고 보니 그 의미가 더욱 심장해 보인다. 하나 의미를 더하자면, 고기를 썰거나 고기를 팔면서 스스로 낮아지려는 마음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스스로 백운거사(白雲居士)라는 호를 지은 이규보는 어록에서 자신의 호에 관해 얘기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름을 대신할 호를 지을 때, 첫째 사는 곳을 삼거나, 둘째 소유물로 삼거나, 셋째 얻은 바의 내용으로 호를 따온다고 했다. 백운이라는 자신의 호와 관련해 자신의 인생관을 펼쳐 보인다.

"백운은 내가 흠모하는 것이다. 흠모하여 이것을 배우고자 하면 비록 그 실상을 모두 얻지는 못하더라도 거기에 가깝게는 될 것이다. 대개 구름이란 한가히 떠다녀서 산에 막혀 머물지 않고 하늘에 얽매이지 않으며 나부껴 동서로 다녀 그 형상과 자취에 구애받지 않는다. 순간에 변화하면 그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유연히 퍼지는 것은 군자가 세상에 나아가는 기상이요, 걷히는 것은 덕이 높은 사람이 세상에 은둔하는 기상이며, 비를 만들어 가뭄에서 소생하게 하는 것은 인(仁)이요, 와서는 한 군데에 정착하지 않고 갈 때는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것은 통(通)이다. 그 빛깔이 푸르거나 누르거나 붉거나 검은 것은 구름의 원래 빛깔이 아니고, 오직 색깔 없이 흰 것만이 구름의 본래 색깔이다"

삼겹살에서 삼은 나의 자호 삼중에도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 본다. 워낙 오류가 많은 사람이라 다짐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살면서 생각과 행동, 말 사행언(思行言) 세 가지에 더욱 신중해야겠다고 되뇐다. 먼저, 사즉중(思則中). 생각은 삿되지 않고 중(中)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가치의 중간지대쯤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공간 속에서 적중한 생각을 하는 것. 고요한 수면 위에서 하늘에 곧추 선 낚시찌처럼 중심을 잡아 바람이 불고 물결이 일어도 흔들릴지언정 가로눕지는 않는 팽팽한 자신감으로 살아야 한다. 백운거사의 말대로 그 실상을 모두 얻지는 못하더라도 거기에 가깝게는 돼야지.

다음으로 행즉선(行則先)이다. 언제나 행동보다 말이 앞서니 화를 불러온다. 말을 하더라도 뭔가를 해놓고 말을 하면 신뢰가 생기지만 하기도 전에 말을 해버리면 그 말은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조그만 것도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나로서는 죽을 때까지 지고 가야 하는 큰 수양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공자는 그래서 군자의 행동은 민첩해야 하지만, 말은 둔해야 한다고 했다. (敏於行,訥於言). 다른 하나는 몸으로 솔선하는 것이다.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묻는 자로에게 "정치란 스스로 '먼저'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따라오라고 하지 말고 먼저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적중한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먼저 묵묵히 먼저 가는 것. 그래서 언즉후(言則後), 말은 오더라도 뒤에 와야 한다.

삼겹살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망년지우를 만나 삶의 깊이를 더할 때나, 지기를 만나 삶의 환희를 느낄 때, 또는 삶의 유한함에 고적할 때도 옆에 두고 싶은 음식이다. 그러나 때때로 번들거리는 기름기에 독한 술을 들이켜 줏대 없이 치우친 생각을 하거나, 교만한 말로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하지도 않은 것을 한 것처럼 허장성세 부리는 일이 많아 스스로 경계하고 무거워지고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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