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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구워보지 않고 삼겹살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생고기나 냉동고기, 또는 냉장 숙성고기 다들 나름대로 다른 맛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삼겹살의 가장 원초적인 맛을 보려면 생고기만 한 것이 없을 거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이야 굽지 않고도 고기 색깔이나 층위별 상태를 보고 한 눈에 좋은 생고기를 알아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구워서 먹어봐야 그제야 맛을 알게 된다.

사실 보통 사람들에게 돼지 생고기를 겉으로 보면 다 게서 게다. 마블링만을 따진다면 '투 뿔'소고기 꽃등심만 하지는 않겠지만, 돼지 생고기에도 적당히 마블링이 있어 문채 있어 보인다. 볼그스레한 선홍색 고기 색을 보노라면 금방이라도 삼겹살 예찬이 나올 법하다. 육질과 지방층이 켜켜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걸 보면 아름답기조차 하다.

그렇다, 고기는 구워봐야 안다. 같은 생고기라도 육즙을 얼마나 머금고 있는지, 육질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얼마나 고소한지는 구워보면 나온다. 육즙을 충분히 머금지 못하는 고기가 좋은 고기일 리 없다. 부드럽기는커녕 뻣뻣하게 씹히는 고기가 좋은 고기일 리 없다. 구울 때가 바로 고기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대하는 돼지고기는 암퇘지 아니면 거세돼지 둘 중의 하나다. 자연 상태에서 암퇘지와 수퇘지의 출산율은 40 대 60으로 수퇘지가 많다는데, 수퇘지라도 출산 후 3주 이내에 조기 거세하면 육질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축업자의 말을 빌리면, 업소에서 '100% 국내산 암퇘지'라고 써 붙인 경우 100% 신뢰하기 어렵단다. 거세돼지 않은 수퇘지는 그 특유의 노린내 때문에 입맛 까다로운 요즘 사람들에게 전혀 '아니 올시다'이다.

신선한 생고기를 구이 판에 올려보자. 좋은 생고기에서는 먼저 고소한 냄새가 난다. 고소함의 원천은 지방기다. 자글자글 기름 타는 냄새가 콧구멍을 타고 폐부로 스며들면 어느새 입안에 침이 고인다. 같은 생고기라고 해도 구워진 다음에 육즙이 많이 배어 있고,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하는 고기가 더 좋은 고기임에 분명하다. 그런 고기를 대할 때면 인생에 험한 역경을 겪고도 오히려 여유롭고 부드러운 사람을 보는 것 같다.

특히 눈 여겨 볼 것이 있는데, 바로 달궈진 구이 판에서 생고기가 익을 때 기름 끓는 모양이다. 기름은 쉽게 흘러내리지 않고, 크게 튀지도 않는다. 돼지 껍질이 있는 고기를 '미삼'이라 하고, 껍질을 떼어 낸 고기를 '원삼'이라 부른다. 미삼을 구울 때 가끔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기름이 튀는데 이는 껍질 안에 있는 기포가 열을 받아 팽창하다 터지기 때문이다. 껍질 없는 생고기라면, 아! 어릴 적 여름 한 낮 자갈 많은 개여울 옆에서 잠들 듯 말듯 누워 있을 때 듣던 그 아련한 물소리, 어느 단란한 가족이 저녁 밥상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나누는 얘기를 우연히 방문 밖에서 들었을 때의 그 정겨움. 반면, 냉동 고기에서는 구이 판에 닿기가 무섭게 멀건 물이 흘러내리고, 냉장 숙성 고기에서는 익기도 전에 허연 기름기가 응고된다.

푸주한 5개월 초심자가 감히 고기를 논한다는 게 3년 묵은 서당 개가 풍월을 읊는 것보다 민망한 일인지 몰라도, 햇수로만 따진다면 고기를 먹어 본 지가 수십 년은 넘었으니 굳이 딴죽 걸 일은 아니다. 옷은 빨아봐야 알고, 친구는 내가 어려움을 겪어 봐야 안다. 옷장에 여러 벌의 옷이 걸려 있어도 선뜻 손이 가는 것은 빨아도 변하지 않는 한두 벌에 그치기 마련이며, 아는 친구가 많아도 진정 마음이 가는 친구는 고적한 시절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친구 몇 명에 지나지 않는다. 찬바람이 불어야 소나무나 잣나무의 잎이 늦게 지는 것을 알 수 있는 거다(歲寒然後知松栢後彫也). 그래서 진미는 지담(眞味只淡)이고, 지인은 지상(至人只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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