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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함지락 대표

삼겹살 거리 내 색소폰 공연은 7개월 만에 중단됐다. 올 들어 매월 3일을 '삼겹살 데이'로 정한 이후 가격 할인행사와 더불어 실시한 몇 안 되는 문화행사 중 하나였다. 때로는 풍물놀이패가 신명나게 놀아주기도 했고, 때로는 여성 난타팀이 매혹적인 춤사위와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로 공감각적인 향연을 벌이기도 했지만 일시적이었다.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해주는 팀이 많기는 하지만 다들 공연시간이 너무 짧은 데다 공연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매월 3일 저녁 삼겹살 거리를 다채롭게 해준 것은 10여 명이 공연하는 색소폰 연주가 유일했다.

저녁 무렵이면 색소폰 공연팀은 부지런히 무대를 만들고 음향기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모르겠지만 평일인 경우 회원들은 자신들의 직장에서 적어도 1시간은 일찍 퇴근해야 했다. 6시부터 시작되는 공연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서둘러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동호인 회원들은 의사나 사업가 같은 자영업자들이 많았고, 더러는 은행이나 관공서에 근무하는 분들도 있었다. 단원들은 작은 트럭으로 각종 공연 장비를 싣고 와서 간이 공연무대를 만들었다. 겨울철에는 매서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해야 했고, 여름철에는 공연복을 입은 채 연주하기 위해 선풍기라도 하나 놓아야 했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각자 업소에서 밀려드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공연팀을 도와줄 엄두를 내지 못했다.

2시간에 걸친 공연은 색소폰 연주와 민속춤 공연, 노래자랑 등으로 진행됐다. 삼겹살 거리를 찾는 손님들의 연령층을 고려해 연주곡을 선곡했기 때문에 호응이 좋았다. 연주에 맞춰 즉석에서 어깨춤을 추거나 막걸리 한 잔 하신 김에 덩실덩실 춤을 추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화려한 한복 차림에 고운 춤사위로 민속춤을 추는 고전무용가가 나오면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공연 대가로 단돈 15만원을 줄 때마다 공연팀 후배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2시간에 걸친 공연이 끝나면 단원들은 서둘러 장비를 철거한 뒤 인근 값싼 찌갯집으로 몰려갔다. 다들 중산층 이상의 살 만한 사람들이지만 공연비 15만원을 식사비로 탕진할 수는 없어 값싼 단골집을 정해놓고 먹는다고 했다. 늦게까지 수고해 주는 공연팀에게 상인회 업소 가운데 삼겹살이나 김치찌개를 끓여내고 싶은 업소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공연팀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할인행사를 치르는 마당에 자신들에게 식사까지 내면 적자 난다며 대부분 정중히 거절하고는 총총히 빠져나가기도 했다.

문제가 생긴 건 순전히 장사꾼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상인들의 개인 이해타산에서였다. 삼겹살 거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문화공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자신의 장사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생기면 안 된다는 이기심. 광장이 없는 조그만 골목에서 여러 명이 연주하는 색소폰 소리는 당연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장비를 설치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간판을 가리기도 했다. 상인들 각자의 이해관계를 따지다 보면 어느 곳에서도 공연은 불가능했다. 공연에 관한 한 그들을 믿고 그들에게 맡겨야 했다. 공연팀은 누구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단원들 사이에서 공연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삼겹살 거리를 살려보겠다는 초심 대신 몇 푼 안 되는 눈앞의 이익에 몇 몇 상인들은 자주 핏발을 세웠다. 상인회를 끌고 가는 임원의 입에서조차 개인의 이해타산을 따지는 말이 나오고부터는 공연을 계속할 명분이 사라졌다. 개인의 이해를 조금이라도 침해하지 않는 공동체 행사 같은 게 과연 있을까. 당장의 이익을 기대하는 양혜왕과 보편적인 인의사상을 주장하는 맹자와의 첫 만남에서처럼 개인의 이해가 우선되는 곳에서 공동의 발전을 위한 생각은 광장으로 나오지 않는다. 자라목처럼 속으로 움츠러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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