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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 삼겹살거리 상인회 총무

요즘 우리 시대의 화두를 몇 가지로 정리하면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힐링 등으로 압축될 것이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같이 좀 나눠먹고 살자는 게 경제민주화일 것이고, 뭐 새로운 먹을거리 좀 찾아보자는 것이 창조경제이며,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죽겠으니 나 좀 알아달라는 것이 힐링 아닐까 싶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권력의 정체성을 '민주'라고 정의하는 데 반해 경제 권력이란 것이 국민으로부터 나올 리는 없으니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얼토당토않은 말이고 다만 분배경제 또는 공생경제를 지향하는 정도의 의미로 이해될 뿐이다. 민주라는 말에 담긴 친근감과 호소력에 기대고 싶은 정치적인 의도가 어렵지 않게 읽혀진다.

또한 창조경제라는 말을 모방경제의 반대말로 본다면, 그 의미라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추구했던 선진국 모방 위주의 경제구조로는 먹고 살기 힘들 수 있으니 뭐 좀 치고 나갈 것 없느냐는 주문으로 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방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은 이제껏 공식을 달달 외우고 오지 선다형 문제로 시험을 보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창조를 말하라니 매미가 겨울을 알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역사가들이 우리 시대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돈에 미친 시대'쯤으로 정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인생의 의미를 돈 하나로 재단하는 세태가 되다 보니 인간의 정신이 건강하기는커녕 반은 넋이 나가거나 반은 미쳐 있는 반거들충이에 다름없는 형국이다. 유한한 인생을 살면서 의미 있는 일 하나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지향점일 테지만 끝 간 데 없이 경쟁의 마당으로 몰아넣는 구조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깨지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몸의 치료가 아니고 마음의 치유가 더 간절한 것이다.

재래시장 상인들이나 대형마트 종사자들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재래시장 옆 대형 할인마트라는 존재 자체를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치열한 경쟁의 뿔 끝에 있는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상인들이 만나 공존과 상생을 모색한다는 게 마치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다 아프고 다 힘들다. 누가 먼저 손이라도 내밀며 따듯한 미소 한 번 지어보이면 봄 눈 녹듯 사그라지게 마련이다.

최근 시청 경제과 담당공무원의 주선으로 인근 대형마트 관계자들을 만났다. 서로 힘든 사람들이 같이 만나, 같이 고민하며, 같이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는 단순한 취지였다. 공무원 3명을 비롯, 대형마트 직원 2명과 서문시장 상인회원 3명 등 모두 8명이 조촐한 점심자리를 가졌다. 보통 속내에 이해관계가 얽힌 자리에서 으레 그러는 것처럼 우리도 처음부터 만남의 조건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먼저 서로의 입장이나 처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부드러운 말들이 오가고 담근 술도 한 잔씩 건네지니 얼굴에 홍조처럼 진심이 배어나왔다. 엄청난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대형 마트의 매출관련 고민은 생각보다 크고 깊게 느껴졌다.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어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의 고충을 대형마트 점장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이웃한 경제 주체들이 서로 도우며 살 수 있는 방법들이 모색됐다. 시청 관계자들이 미리 준비한 전국의 성공사례들이 여럿 소개되었고, 우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찾았다. 두 주체 간 상생 공존의 방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느 시민단체 후배의 말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한 번 만남에 속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서로의 고충과 입장을 알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씨뿌리기 작업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벼운 방법들이 먼저 시도되면 된다. 또 만나면 더 좋은 생각들이 자양분이 되어 뿌리를 튼튼하게 할 것이다. 다음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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