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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추선(秋扇)은 가을 부채라는 말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늘 가까이하다가 선선한 바람이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어지는 것이 부채와 선풍기다. 추선이란 말은 총애를 받던 신하나 사랑받던 여인이 임금과 낭군에게 잊히는 신세일 때 종종 비유되는 말이다.

해마다 오는 가을인데 올가을을 맞는 느낌은 조금 특별하다. 올해는 절기가 빨라서 추석인데도 풋대추를 차례 상에 올려야만 했다.

체온을 웃도는 무더위와 싸우면서 삼복더위를 이기느라 모두가 힘들었던 지난 여름이었다. 단골손님으로 찾아오는 태풍이 올해는 역대급이라는 예보에 모두가 긴장했었는데 대륙에 접근하면서 다소 약해져서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만 다행이다. 제주와 남해안을 할퀴고 지나간 '힌남노'의 상처는 피해 복구에 땀 흘리는 분들에게는 추석의 풍요와 화목한 가족의 행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범람하는 하천, 무너지는 산, 가옥과 차량의 침수,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삼복더위에 간절히 바라던 시원한 바람은 없어도 되는 계절이다. 가을이면 상자 속에 던져 넣는 부채처럼 여름내 가까이했던 선풍기와 에어컨을 잊어도 되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계절이 변해서 내년에 여름이 또 온다는 사실이다.

우주의 섭리는 오묘하면서 규칙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는 수조개의 혹성이 분화하면서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다니 인간이 생존하는 지구촌도 자전과 공전을 하는데 이는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라 한다. 그러나 쉬지 않고 돌고 있는 지구에 살면서도 어지러움을 느낄 수 없는 것도 자연현상의 오묘함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적응하는 위도에서 살아가는 것도 특권이요,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추위와 더위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가뭄과 홍수의 피해도 반복됨을 기억해야 한다. 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지만 철저히 대비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가을 부채는 더운 바람이 다시 불 때까지 상자 속에서 잊힌 존재로 남았다가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 손에 들려 연신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가 가을 부채와 같아서는 곤란하다. 뒷전으로 미루고 멀리하다가 예년과 같은 내년이 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태풍도 큰 재앙이지만 지구촌의 대청소라고 생각하면 자연의 법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위도가 비슷한 위치에 자리 잡은 나라들이 문명이 일찍이 일어나서 문화국가로 성장 발전해 왔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가을처럼 풍요로운 것은 없는 듯하다. 들판에 황금물결이 일렁거리고 사과를 비롯한 밤, 감, 대추와 고추가 가을볕에 익어가는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신비하기 까지 하다. 예전의 농촌풍경은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농부들의 환한 웃음이 아름답게 보였었다. 한가위 명절을 보내고 나면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마을 축제를 겸한 운동회가 큰 행사였고 명절에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가을바람에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서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달리기를 비롯하여 기마전, 차전놀이, 곤봉체조, 고전무용과 현대무용, 공굴리기 짝 체조, 농악놀이, 어른들의 경기도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웃음꽃이 만발하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운동장 구석에서는 국밥을 끓여 먹던 점심시간도 즐거웠다. 면내에 평균 3곳의 학교가 있었는데 요즈음은 학생이 없어 폐교가 되고 면소재지에 한곳만 남은 곳은 그나마 다행이다. 졸업생들이 모교가 없어져 동문체육대회를 할 곳이 없는 곳도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고향을 찾아와도 사용하지 않는 가을부채처럼 어린 시절의 추억만 떠올려 보게 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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