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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체온에 가까운 찜통더위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엊그제가 월복(越伏)한 말복(末伏)이 지났는데도 폭염이 물러가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태풍이 큰 피해가 없는 가운데 올 여름 휴가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휴가를 가장 즐기는 계절이 여름철이다. 한자로'휴가'를 쓰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쉬는 것으로 생각하여 휴가(休家)로 쓴다. 휴가(休暇)의 가(暇)자는 틈새, 겨를 가 자(字)이다. 즉 틈이 있는 날, 한가히 놀다. 의뜻을 가진 한자어(漢字語)이다.

더위를 피하여 계곡과 바다로 피서를 다녀오는 인파가 도로에 넘쳐난다. 두 내외만 적막하게 살아오던 우리 집에 방학을 맞은 손자손녀들이 물놀이 용품을 안고 몰려온다. 집안이 떠들썩하니 사람 사는 집 같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개구쟁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뛰면서 장난을 치니 아래층에 미리 양해를 구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되면 동생과 함께 시외버스를 타고 외가(外家)를 찾아갔다. 외할머니께서 가장 반겨주셨다. 외가는 대 가족이었기 때문에 식사시간은 잔칫집 분위기 같았다.

큰 가마솥에 감자를 넣은 보리밥을 하여 된장찌개와 나물반찬만 먹어도 꿀맛이었다. 저녁엔 마당에 멍석을 펴놓고 옥수수와 참외를 먹으며 모깃불을 피워놓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반딧불이를 쫒아 다니다 멍석에 누워 밤하늘에 별을 세며 잠이 들면 외할머니는 홑이불을 덮어주셨다.

아침을 먹자마자 냇가로 달려가서 멱을 감고 송사리를 잡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추억이 아련하다. 요즘 아이들은 경험하기 어려운 가난했던 시절의 농촌의 피서요 추억으로 남은 여름휴가였다. 고개 너머에 사시는 두 분 이모님 댁을 방문하면 더 반겨주셨다.

경제성장으로 삶이 풍요로워진 요즘 아이들은 부족함을 모르며 요구만 하면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있다. 배고픔과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고 있으니 행복한 세대라는 것이 느껴진다.

물놀이장에 가서 여러 가지 놀이기구를 이용하며 신나게 놀고 간식을 먹으며 더위를 잊고 있다. 저녁엔 피곤 할 텐데도 게임에 빠져 자정이 넘도록 놀다가 아침엔 9시가 지나도록 곯아떨어진다. 아침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계곡피서지로 널리 알려진 송계계곡은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로 넘쳐난다. 송림이 우거진 계곡의 공기는 너무 신선하여 머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그런데 피서지 풍경을 살펴보면 아이들은 물놀이 어른들은 술 마시고 수다 떠는 모습만 보이지 책을 읽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2017년 국민 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연간 평균 독서량은 한국의 성인은 8.3권이라 한다. 일본은 40권으로 우리에 비해 5배 정도이다. 미국은 12권, 프랑스 20권,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60권 정도의 독서량이라니 부럽기만 하다. 한국성인의 40%는 일 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무지하고 억지 부리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닐까·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와 워렌버핏은 연간 약 5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독서는 인간의 생각을 깊게 하고 진지한 성찰을 도와주며 생각의 근육을 키워주기 때문에 독서의 힘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독서를 안 하면 자신의 사상이나 가치, 삶의 신념과 철학도 없어 생각의 내공이 약하다. 또 탐욕스러우니 욕심이 많고 공짜에 약하다. 진정한 피서는 몸도 쉬어야 하지만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독서삼매경으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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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