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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정유년 세모(歲暮)에도 예식장은 붐볐다. 외사촌 동생이 외동딸을 시집보낸다는 모바일청첩장을 받고 혼인문화가 많이 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신랑이 직업군인이라서 인지 군복을 입은 7명이 환도(環刀)를 들고 예도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색다른 혼례를 보겠다는 기대감을 가졌는데 신랑신부의 위치가 우리전통문화인 남좌여우(男左女右)가 아니었고,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주례(主禮)가 없는 결혼식이어서 실망이 컸다. 전통혼례만 고집하지 않지만 우리의 얼을 내팽개치며 편의위주로 변질되고 있는 혼인문화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예식장에서 서양의상을 입고 서양식으로 혼례를 치루더라도 그 속에 우리의 고유전통과 맥은 이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 신부의 위치는 자연방위가 아닌 주례가 서는 단상을 기준으로 하여 단상 쪽이 북(北)이다. 단상을 바라봐서 오른쪽이 동(東)이고 왼편이 서(西)쪽이고 하객이 자리한 들어가는 문이 남(南)쪽이다. 단상을 기준으로 하니 동쪽에 신랑이 서쪽이 신부의 위치가 맞는데 대부분이 뒤바뀌어 예식을 치루고 있다. 일생동안 관례(冠禮)와 혼례(婚禮)두 번은 기쁜 일이고, 상례(喪禮)와 제례(祭禮)두 번은 슬픈 례를 일생동안에 누구나 치르게 된다. 좋은 일인 관례와 혼례는 반드시 주례가 예식을 주관하는 것이다. 상례에는 상주(喪主)가 있고, 제례에도 제주(祭主)가 있지 않은가· 주례가 없는 혼례는 예식이라 할 수 없는데 주례 없는 혼인식이 번지고 있는데 주례를 모시는 고충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스승이나 존경하는 멘토 역할을 하는 어른을 주례로 모시지 못하는 경우 예식장에서 지정해주는 모르는 분을 주례로 모시는 경우도 있다. 처음 보는 분에게 주례를 맡기니 무의미 하여 주례 없이 혼례를 치르자는 편의위주가 전통예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주례를 모시기 위해 사전에 찾아뵙고, 당일 챙겨드려야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 온 후에 찾아뵙고 사례해야 하는 부담과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데서 주례 없는 혼례를 하는 것 같다. 성혼선언문에 주례가 서명을 해야 혼인이 합법화되는 것이다. 인생을 먼저 살아온 주례의 말씀을 결혼생활을 하면서 마음에 새기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표와 가르침을 주는 것인데 주례대신으로 부모님의 덕담을 듣고 있다. 이는 양가 부모가 혼례 전에 혼인할 자녀에게 가르침을 주는 서부모례(誓父母禮)라는 절차이기에 식장에서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축가를 부르는 것은 기본이고 짓궂은 사회자가 이벤트를 한다며 신랑을 골탕 먹이는 것은 하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려는 애교로 볼 수 있다. 신랑신부의 행진을 예도 장병이 환도로 막고 세 번에 걸쳐 짓궂은 장난을 하는데 매운 양파를 사과라며 먹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었다. 뷔페식피로연은 하객이 너무 많아 장날 시장 통을 방불케 하여 어르신 하객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풍속도 개선되어야 할 혼례문화이다. 조상대대로 전해오는 생활관습이나 도덕 등 사회의 규범이 있기 때문에 그 틀을 무너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혼인제도란 우리의 꿈이나 행실이 일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할 법칙이며 도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혼인은 이러한 제도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혼인이란 남녀 두 사람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가정이라는 공동생활을 통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예로부터 인생의 최대경사로서 축복을 받아온 것이다. 혼례는 예로부터 대례지전(大禮紙田)이라 하여 일생 중 큰 의미를 가지는 경사이므로 진지하고 정성을 다하는 의식절차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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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