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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추석날이면 인천과 수원에 사는 딸과 사위들이 손자들과 함께 찾아온다. 가뭄이 극심했을 때 물을 주어가며 고구마 싹을 심으면서 '가을에 고구마를 제대로 수확할 수 있을까'라며 지켜봤는데 파란 고구마 싹이 밭을 덮은 것이 대견해보였다. 혼자서 고구마 캘 일이 걱정이었는데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 고구마 캐기 체험학습을 하자고 하였다. 아이들은 저녁부터 고구마 언제 캐러 가느냐고 물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사람 사는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추석날 저녁에는 우리 집에 온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는다. 증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파안대소 하시는 구순의 노모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조카 딸 정아의 세 살짜리 '예서'의 춤과 재롱을 보며 모두 박장대소하였다. 모처럼 모이면 12시를 넘겨서 잠자리에 든다. 늦잠을 자고나서 10시가 되어 작업복차림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고구마 밭으로 향했다. 올해 농사도 고구마를 캐면 들깨만 밭에 남는다. 토마토, 가지, 고추, 오이, 참깨는 이미 수확이 끝났다. 밭에 들어서니 옆집도 온가족이 모여서 고구마를 캐고 있었다. 나는 낫으로 고구마 싹을 베고 멀칭비닐을 걷었다. 손자들은 모종삽을 들고 고구마 골의 흙을 파기 시작하더니 빨간 고구마를 손에 들고"야! 고구마 봐라"하며 좋아한다. 아들, 딸, 사위까지 열 명이 고구마를 캐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푸근하고 보기 좋았다. 동우가 큰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린 것을 들어 올리니 핸드폰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손자들은 고구마를 들고 포즈를 취하며 좋아했다. 가뭄이 너무 심했을 때 고구마 싹을 다섯 단을 사서 물을 길어다 주며 먼지 나는 땅에 심었다. 오전에 심고 오후에 가보니 햇볕에 말라비틀어지고 있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다. 다행히 다음날 비가 조금 내려서 뿌리가 내린 것 같다. 호박고구마, 자색고구마, 밤고구마 세 종류라 처음 보는 자색고구마를 보고 모두 신기해하였다. 농사일을 안 해 본 사위와 딸들도 열심히 고구마를 캐어서 오전에 모두 마쳤다. 여러 명이 협동하여 일을 하니 쉽고 힘도 덜 들었다. 아내는 가족들에게 나눠 줄 고구마를 박스에 골라 담았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는 고구마가 겨울철과 춘궁기를 견뎌내는 구황식품이었다. 요즘은 섬유질이 많다고 하여 건강식품으로 많이 재배한다. 고구마를 많이 재배하는 고장인 충주시산척면에서는 천등산고구마축제까지 하여 지역 특산품으로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겨울철에는 길거리에서 파는 군고구마를 손에 들고 호호 불어가며 노랗게 구워진 달콤한 맛을 보았던 추억도 있다. 가족들에게 한 박스 씩 나눠주니 농사짓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일을 모두 마치고 2시가 다되어 식당을 찾아갔다. 가족이 함께 모여 고구마 수확을 하고 점심도 함께하니 가족 간의 화목이 저절로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힘들게 길러진다는 체험을 하니 너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도시인들은 주말농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은퇴 후에는 귀농귀촌을 하거나 텃밭을 가꾸는 것 같다. 농사일을 해보니 지난해 밭을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에 들어가는 돈이 많아 품삯까지 계산하면 사먹는 것이 훨씬 싸다고 한다. 그러나 농사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있는 것 같다. 농사를 지어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기쁨도 삶의 잔잔한 행복이라 생각된다. 힘들 때도 있지만 소일거리도 되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모두 흙투성이가 되어 점심을 먹고는 수안보로 온천욕을 다녀왔다. 모처럼 가족의 정을 느끼며 고구마수확의 기쁨을 맛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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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