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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전 달천초 교장

을미년이 저물어가는 지난해 12월, 이모님께서 아들 셋이 졸업한 충주고등학교에 장학금을 조금 내고 싶다고 하며 함께 갈 수 있느냐고 하셨다. 명문대학까지 공부시켜 혼인시키고 어엿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게 키우시고 10여 년 전 이모부와 사별하신 뒤,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가신다. 이천서씨 가문에서 7남매 중 여섯째이시며 딸 셋 중 막내이시다. 미수(米壽)이신 나의 어머니가 맏이신데 자주 만나 함께 식사도 하고 왕래를 하고 있다.

딸이 없어서 노후에 즐거움이 덜 하시겠지만 대신 막내아들이 자상하여 전화도 자주하고 딸 노릇을 한다고 하신다. 큰 아들은 미국 워싱턴 근교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으며 전화로 자주 안부를 전하고 일 년에 서너 차례 다녀간다. 미국 아들집에 여섯 번이나 다녀오시기도 했다. 둘째 아들은 부부공무원으로 남매를 두었으며 도청에 근무하고 있고, 막내 아들은 고교 교사인 처와 두 아들을 두었으며 서울에서 국가기관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들 둘이 서울대를 나와 기대도 컸지만 가난한 살림에서 모두 자녀들을 반듯하게 잘 키우셨다. 결혼 당시는 시골에 사시다가 자녀들 공부를 위해 시내로 나오셔서 구멍가게를 운영하시며 푼돈을 저축하면서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 오신 분이다.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이신데, 그 동안의 고생도 보람으로 생각하며 아들들이 주는 용돈을 쓰지 않으시고 모아 둔 1천만 원을 아들 셋이 다녔던 모교에 장학금으로 내 놓으셨다. 손주들에게도 주고 싶으시고, 아들 아파트 살 때 주택융자상환금으로 보태 주고도 싶으셨겠지만 아들 셋을 잘 가르쳐준 모교에 선 듯 장학금을 내놓으신 훌륭한 분이시다. 당시는 학교 급식이 없을 때라 손수 도시락을 싸서 점심·저녁으로 날라 주셨던 그 정성으로 공부도 잘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막내 아들이 졸업반이었을 때 옆 반 담임을 하셨던 선생님께서 모교의 교장선생님이 되어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모님의 아들 사랑에 감동하시며 두 손을 잡으시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잘 쓰겠다고 하셨다. 행정실장님에게 수표 한 장을 건 내주니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라며 감동하였다.

장학금을 전달하고 교문을 나오니 11시가 되었다. 점심시간도 일러서 불교신자이신 이모님을 선종사찰 석종사로 모시고 갔다. 뒷자리에 앉으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는데 지난밤에 잠이 일찍 깨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글로 적어 보았다고 하셨다. 운전을 하고 가는 나에게 한편의 시와 같은 글을 읽어 주셨다. 그 글의 내용이 너무 좋고 나의 가슴에 감동으로 와 닿았다.

"이모님! 생각이 나실 때 글을 써 놓으시면 좋은 시집이 될 것 같아요."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읽어 볼 수 있도록 시집을 만드시라고 권했다.

대웅전 법당에 들어가서 불전을 놓으시고 삼배의 예를 갖추고 조경이 아름다운 경내를 걸어서 내려 왔다.

"이모님! 저희 부부가 이 절에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절에서 점심공양을 하려고 하다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제가 점심을 사드리겠다며 내려왔다. 범 바위 길가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함께 해주어 고맙다며 점심도 사셨다. 평소에 인자하시고 덕이 많으시고 항상 베푸는 삶을 살아오신 분이시기 때문에 주변에 항상 사람이 따르고 좋아하시는 어른들이 많으시다. 아파트에 어쩌다 방문할 때면 항상 이웃 할머니들이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을 볼 때면 외로움을 모르고 더불어 살아가시는 분이다. 세 자매 분 중 중간 이모님이 청주에 사시는데, 가정에 어려움이 있어서 어머님과 이모님을 모시고 다녀왔다. 동기간에 정이 많으시고 항상 작은 도움이라도 베푸는 분이라 존경스럽다. 팔순 기념으로 시집을 내시어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으며 행복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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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