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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오늘이 '시월의 마지막 밤' 가사를 가장 많이 부르는 날이라고 합니다. 이 가사는 박건호 시인의 글에 이범희가 곡을 붙이고, 이용이 노래한 '잊혀진 계절'이 노래제목입니다. 상달이라는 시월을 보내기 아쉬운 마음이 묻어나는 노랫말 같으나 박시인의 사랑이야기를 시로 썼다고 합니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결실의 계절인 늦가을. 녹색 옷을 벗어던지고 물결치는 오색단풍이 너무 아름다운 늦가을입니다. 올 여름 가마솥더위에 코를 찌르는 풀 향기를 맡으며 가을을 기다렸는데 벌써 상강(霜降)이 지나고 찬바람이 가을을 밀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충주가로수길 빨간 사과와 국화향기 그윽한 충주를 비롯한 도내에서 각 시·도와 해외동포선수가 모여 일주일동안 전국체전의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지난 20일 저녁은 새로 지은 충주종합운동장에서 격조 높고 화려한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저녁시간에 식전행사와 대통령이 참석한 개막행사는 17개 시·도와 18개국 해외동포 선수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불꽃놀이로 밤하늘을 수놓은 가운데 성화가 점화되는 순간은 절정을 이뤄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번 체전은 지역축제와 다양한 문화행사도 함께 열려서 문화체전으로 일주일간의 성공적인 대회로 막을 내렸습니다. 가을태양 아래 모두가 익어가며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코스모스 꽃길을 따라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의 저공비행은 너무 한가롭습니다. 수수이삭에 앉은 참새 떼들은 꼬리를 치켜들고 두리번거리며 좋아합니다. 파랗던 땡감들은 붉은 홍시로 익어가고 있습니다. 벼가 익어가면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고 만든 한자가 벼화(禾)자라고 합니다. 곡식이 익어갈 때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우리에게 겸손(謙遜)의 덕을 가르쳐 줍니다. 곡식의 대표적인 곡물이 벼(禾)이므로 해(日)와 만나서 향기 향(香)자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가을철 따가운 햇볕을 받아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고 향기를 발산합니다. 솥에 밥을 지을 때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과 함께 풍기는 향기는 참으로 구수합니다. 옛 사람들은 익어가는 모습을 성숙이라 하여 이 때 풍기는 냄새를 향기(香氣)라 했습니다. 씨앗을 뿌린 뒤 어린 싹이 자라면서 평탄하게만 자라지 않았습니다. 비바람을 맞으며 병충해가 괴롭혔고, 가뭄과 장마의 위협을 견뎌냈고, 천둥과 비바람에 태풍과 우박에까지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곡식과 과일만이 태양의 사랑을 받고 결실이 되어 익어갑니다. 가을에 곡식이 고개를 숙이듯이 사람도 인격의 완성을 이루면서 겸손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사람도 치열한 내공을 쌓아야 훌륭한 인품을 갖춘 사람이 되어 고결한 향기를 풍길 수 있습니다. 노인을 늙어간다고 표현하지 않고 익어간다고 표현하면 더 고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의 글 배우는 사람은 자기수양을 위해서 배웠으나 오늘날의 글 배우는 사람은 남을 위해서 배운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논어에 나오는 말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남이 주는 벼슬을 얻기 위해서 배운다는 뜻입니다. 배움이 출세의 수단이 되어 인성이 안 갖추어진 사람을 길러냈기 때문에 나라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어 시기를 놓친 성인들에게 인성을 가르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연의 무한한 혜택을 받으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가을철에 익어가는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자연에게 겸손을 배웠으면 하는 만추(晩秋)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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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