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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날씨가 매섭다. 발이 꽁꽁 얼어붙는다. 겨울나기가 힘들다. 연탄(煉炭) 한 장이 서민들의 동심(冬心)을 녹인다. 단 한 장의 연탄이라도 대단한 화력을 발휘한다. 밥도 지어먹고 난방 등 일석다조다. 연탄 배달부의 검은 손은 서민의 동심을 녹인다. 연탄은 예수님의 사랑과 같다. 자신을 희생시키면서 서민들에게 따뜻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전국 연탄공장은 48군데나 된다. 수도권에는 삼천리공장과 고명산업 두 곳이다. 연탄운반용 트럭들은 일요일 밤부터 대기 중 이다. 월요일 아침엔 도로가 정체되어 일분이라도 먼저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천리공장에서 연탄을 떼어가는 배달부는 70명쯤 된다. 50대 후반이 많다. 이들은 중간키에 깡마르고 허리가 굽었다. 고생들이 많다. 이들이 없다면 연탄을 사용할 수 있을까……. 시커먼 남성들 사이에 간혹 여성들도 끼어있다. 연탄은 무연탄을 물로 반죽한 것이다. 1920년 대 일본인이 평양공업소를 세우면서 국내에 소개되었다. 1947년 국내 자본으로 맨 처음 대구에 연탄공장이 세워졌다. 대성그룹 고(故) 김수근회장이 대성산업공사를 설립했다. 전국에 연탄 사용의 붐이 일어난 시절도 있었다. 연탄깨스에 중독되어 아까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것쯤은 감수하는 사회분위기 이었다 화력을 높이기 위해 구멍수를 늘려갔다. 19공탄부터 22공탄 32공탄까지 나왔다. 19공탄은 연탄의 대명사 였다. 전국 연탄공장의 컨베이어벨트는 하루 24시간 돌아갔다. 연탄은 대한민국의 근대화의 역군이었다. 전성기는 1983년 전국 830만가구의 66%인 550만 가구가 연탄을 땠다. 연탄이 가정연료의 70%정도를 차지한 셈이다. 1986년 대한민국을 위해 몸을 불사른 연탄은 68억장이었다. 대부분의 학교에도 연탄으로 교실의 온기를 채웠다. 1988년 연탄 가구 수는 77.8%였다. 1992년에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2천년에 들어서는 1%미만으로 감소되었다. 2013년 사용률은 0.7%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올 들어 연탄 사용가구수가 다시 증가했다. 16만 8473가구다. 2008년 이후 감소세였지만 올해는 4년 전에 비해 6.7% 증가했고 가구 수는 1만가구나 된다. 연탄은행측은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기름이나 가스대신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연탄 값은 정부가 최고 판매가를 고시한다. 공장도 값은 373.5원이다. 4년째 동결이다. 생산비용은 647원이다. 한 장 찍어 낼 때마다 273.5원이나 적자다. 정부가 보조금으로 보전해준다. 공장에는 277.5원 배달기사에게는 24.75원씩 지원한다. 소비자가는 공장도가에 운반비 12.75원 판매수수료 5원 추가로 배달료가 붙는다.

화석연료인 연탄은 사라져야 할 운명에 처해졌다. 2009년 G20회원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화석연료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안으로 에너지 바우처제도를 내놨다. 내년에 첫 시행될 예정이다. 1058억 원을 투입해서 저소득층에 전기, 가스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전자카드를 준다. 시대가 너무 변했다. 가정용 연탄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시대에서 없이도 살 수 있는 시대로 변했다. 강원도 태백 정선 깊은 산골 막창에서 연탄을 캐면서 일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독일광부로 가서 수백 미터 굴속에서 채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이 번 돈으로 산업화의 불씨를 일으켰다. 그리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했다. 최근에 상영된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파독광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연탄을 캐내는 장면이 나온다. 눈만 보이고 얼굴은 시커멓다.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주인공 '덕수'는 그곳에서 번 돈을 종자돈으로 가계를 인수하고 성공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어려서부터 가장이었기에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농촌에서는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워 연탄을 구입 할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탤 나무를 산에서 베어와 불을 집히고 밥을 해먹으며 겨우살이를 났다. 이렇듯 연탄에 얼킨 우리 민족의 애환은 깊다. 연탄시대는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화력발전과 일부 산업용만 남게 될 것이다. 연탄의 온기는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촛불처럼 연탄은 태어났다가 살아져간다. 우리 모두 연탄처럼 이웃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진솔한 삶을 살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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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