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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2.05 15:48:37
  • 최종수정2017.12.05 15:48:37

최종웅

소설가

결국 국정원이 간판을 바꾸는 모양이다. 극도로 위신이 추락한 상태로는 국가 안보라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처방을 했다는 점이다.

6·25를 거친 분단국가에서 대북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보 기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더구나 지금은 북핵으로 6·25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대통령이 말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안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북 기능을 활성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때 국정원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그만큼 조직이 만신창이가 됐다는 뜻일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른 걸까?

그 답은 명료하다. 재량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대북 정보를 총괄하는 정보 기관이라는 이유로 적잖은 특권을 부여했다. 북한을 이기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부여한 특권을 정권 안보에 남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정권 안보를 위해 특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은 강구하지 않고 핵심 기능인 수사권을 폐지하고 간판만 바꾸는 식으로는 국가 안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탈도 방지할 수 없다.

마치 지붕에 구멍이 뚫려서 비가 새는데 방에 고인 물만 퍼내고는 다 고쳤다고 하는 식이다. 정치인들이 재량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국정원 개혁의 핵심이다. 국정원 못지않게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권력 기관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그중에서도 검찰개혁을 1순위로 꼽았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검찰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를 신설하고,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상당부분 맞는 말이지만 핵심은 틀렸다. 그와 동시에 검찰이 재량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권과 사법경찰 지휘권, 기소권 등을 독정한 권력기관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재량권을 최대한 축소해서 남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개혁이다.

검사가 사건을 수사해서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권한을 재량권이라고 한다면, 이 기준을 최대한 세분해서 수치화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검찰총장의 지시라고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구조여야 한다.

이게 바로 재량권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에서 진보세력을 탄압하던 검찰이 지금은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 보수인사를 표적 수사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세상은 이런 검찰을 권력의 충견이니 정치 검찰이라고 야유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바로 재량권의 최소화다. 아무리 검찰이 바로 선다고 해도 법원이 개혁되지 않으면 사법정의는 실현할 수 없다. 법원은 검찰에 비해서 부패소지가 훨씬 많다.

검찰은 상명하복 조직으로 상사의 감시라도 받지만 법원은 그렇지도 않다. 판사는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서 판결한다고 했으니 누구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문제는 모든 피고인은 판사 앞에서 살기위해 발버둥 친다는 사실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판사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다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주겠다고 하는 데 무엇이 아깝겠는가. 이런 이유 때문에 판사는 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판사에게 고도의 양심이 필요한 이유이고, 종교인과 같은 생활을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다.

요즘 판사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유전무죄, 전관예우라는 말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결국 법으로 개혁하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도 재량권을 최대한 축소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현행 형량 기준보다 훨씬 구체적인 기준을 수치화해서 구속이나 형량 등을 결정해야만 부패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 재판이 불신을 받으면 우리 사회는 무너지고 만다. 누구든 털면 먼지가 나고, 어떻게든 안 털리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구조는 이쯤서 끝을 내야만 한다는 게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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