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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7.18 14:05:54
  • 최종수정2017.07.18 14:05:54

최종웅

소설가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공직자들이 휴가를 고대하는 것은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다. 봉급을 타서 가족을 부양하는 죄로 일거수일투족을 속박당하고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휴가가 기다려지지 않는 공직자도 있었다.

권위주의 시절 충·남북 기관장들이었다. 청남대를 곁에 두고 있는 기관장들은 휴가철만 되면 대통령이 언제 내려올지 몰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내려와 있으면 언제 부를지 알 수가 없어서 안절부절못하였다.

대통령이 부르면 달려가서 무슨 질문을 하더라도 막힘없이 답변할 준비를 하느라 비상상태였다. 이런 사람들에게도 은근히 기다려지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대통령과의 식사자리였다.

지금이야 선거에 의해 뽑히니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쩔쩔맬 필요는 없다. 그 시절에는 대통령이 임명했으니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목이 떨어질 수도 있고 장관이나 총리로 발탁될 수도 있었다.

충·남북지사나 교육감 경찰국장 등에게 대통령과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영광이었다. 그 특별한 기회를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창구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영달을 위한 찬스로 활용하려고 벼르기도 했다.

이런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은 휴가를 끝내고 올라가기 직전에 충·남북지사, 교육감, 안기부 지부장, 경찰국장 등을 청남대로 초청해서 저녁을 대접하며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곤 했다.

다른 지역 기관장들은 감히 상상도 못하는 호사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낙연 총리를 떠올리는 것은 세종시에 거주하는 역대 총리들이 청남대를 방문한 역대 대통령들처럼 지역 기관장들과 어떻게 교류하느냐는 궁금증 때문이다.

세종시가 탄생하기까지는 충·남북은 물론 대전시의 희생이 컸던 게 사실이다. 특히 충북은 부용면이라는 일 개 면을 떼어주었고 6,700여 명이라는 가족까지 내주었다. 단 한 명의 인구가 아쉬운 시대에 일 개 면을 떼어 준 것은 상응한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덕분에 세종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행정수도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아무튼 세종시에 거주하는 역대 총리들은 반은 서울에 가 있고, 반은 세종시에 머문다고 한다. 승용차로 오송역까지 가서 KTX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도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충청도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허허벌판에 덩그렇게 역사만 서 있는 오송을 보면서 차 한 잔을 마실 시설도 없는 삭막함을 안타까워할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오송에 컨벤션센터나 복합환승센터 등을 만들고 싶은 충동을 느낄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세계적인 생명과학단지로 육성하겠다는 말을 떠올리며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궁리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충남이나 대전 등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낙연 총리도 충청도 사람이다. 주민등록을 이전해서 사는 것은 물론 지역 걱정까지 하니 충청도 사람이 분명하다. 지역과 자주 어울리다 보면 말투까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바뀔 것이다.

휴가 때마다 청남대를 방문했던 역대 대통령들이 서울로 올라가기 직전에 충·남북 기관장들을 초청해서 감사인사를 했던 것처럼 세종시에 부임하는 총리도 세종, 충·남북, 대전 기관장들에게 전입인사를 하거나 전출인사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아쉬움을 제도화한 게 반상회였다. 그렇게 좋은 반상회가 없어졌으니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는 속담처럼 지역사회가 유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런 일은 아랫사람이 건의해서 실현하기는 쉽지가 않다.

윗사람이 격려한다는 차원에서 하면 자연스러울 것이다. 총리뿐만 아니라 부총리를 비롯한 충청도와 연고가 있는 장관도 배석하면 민심을 파악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대청호 물이 그득한 청남대에서 이낙연 총리와 지역 기관장들이 장마 등 충청사랑을 얘기하느라 밤이 깊은지도 모르는 상상을 하는 것은 한낱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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