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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감 후보의 기연(奇緣)과 한판 승부

최종웅의 세상타령

  • 웹출고시간2018.03.20 13:33:48
  • 최종수정2018.03.20 16:41:37

최종웅

소설가

충북 사람이 서울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손부터 잡는다. 통성명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번호도 주고받는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금방 말투부터 달라질 것이다.

남이 아니라는 뜻이다.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형이나 동생처럼 의지하고 살자는 다짐이다. 서울에 사는 동문이 얼마나 되고, 누구는 어디에 근무하며, 누군 돈을 얼마나 벌었다는 따위의 말을 나누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특별한 인연인데 만약 중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나왔다면 기연(奇緣)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들이 대학은 물론 일도 같은 직종에서 하고 있다면 놀라운 일이 분명하다.

그런 인연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6.13지방선거에서 충북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심의보·황신모 두 사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심 후보는 65세이고 황 후보는 64세이니 한 살 차이다.

그들의 인연은 옛날 청원군 강내면 월곡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심 후보가 1년 선배지만 이웃동네에서 성장했으니 서로가 집안까지 잘 아는 사이일 것이다. 심 후보는 다섯 살 때 천자문을 뗄 정도로 재주가 좋아서 신동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황 후보 역시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그들은 월곡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약속이나 한 듯이 청주 대성중학교에 입학한다. 지금은 청주에서 강내를 다니는 교통이 편리하지만 당시만 해도 충북선 열차가 하루에 서너 번 다녔을 뿐이다.

4시쯤 수업이 끝나면 6시까지 청주역 부근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조치원 가는 열차를 타고 귀가하곤 했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기차통학생이라고 불렀고, 통학생은 조치원 방면과 충주 방면으로 나뉘었다.

대성중학교에 다니는 선후배 사이였으니 툭하면 어울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대성중학교를 졸업하고 두 사람은 청주공고에 입학했다.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지 않은 것은 대학 갈 형편이 못되니 일찍 취직해서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효심이었을 것이다.

청주공고를 졸업한 두 사람은 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심 후보는 청주교대에 진학해 교사의 꿈을 키웠고, 황 후보는 청주대에 진학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청주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발령받은 심 후보는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청주대에 편입함으로써 갈라질 뻔했던 인연은 대학동문으로·다시 만나게 된다.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한 황 후보처럼 심 후보도 충청대 교수로 활동으로써 교수사회의 일원이 된다. 이들이 60대 초반에 충북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후보로 경쟁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더 기이한 것은 두 사람 다 보수후보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단일후보로 통합하지 않으면 진보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충북일보가 지난달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병우 진보후보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진보 후보에게는·뒤지지만 두 사람간의 격차는 오차 범위 내에서 심 후보가 약간 앞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는 것도 특이한 인연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동향 출신으로 초중고는 물론 대학까지 동일한 학교를 졸업한 것은 호연이지만,·그 호연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을 겪으면서도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하다가 보면 공정성 문제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고, 어느 한쪽이 불복하면 그들의 호연은 악연으로 바뀔 소지도 농후하다.

이런 상상도 가능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 동문회나 향우회 등에서 우리끼리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는데 남사스럽게 외부에 의지할 필요가 뭐 있느냐며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도 없진 않다.

아무튼 두 사람의 기이한 인연이 교육감 선거라는 치열한 승부를 거치면서도 아름답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가까울수록 경쟁은 피한다는 우리의 미풍과 양속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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