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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이원종의 낙마와 정우택의 고군분투

최종웅의 세상타령

  • 웹출고시간2017.03.14 14:27:47
  • 최종수정2017.04.25 14:16:59

최종웅

소설가

모든 차량의 번호판에 시·도를 표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충북에서는 단연 충북 넘버를 단 차량이 많았지만, 외지 차들도 눈에 띄었다. 복잡한 도심에서 외지 차량이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면 객지라서 그렇겠거니 하는 동정심으로 양보운전을 하거나 길을 가르쳐주기도 하였다.

유명관광지 같은 곳에서 전국 차량이 모이면 서울 사람들은 은근히 뻐기는 태도를 취했지만 충북 사람들은 괜히 위축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였다. 공연히 위축되는 기분! 그것이 바로 충북인을 상징하는 기질이 아닐까? 충북을 상징하는 기질로 많이 쓰이는 말이 '청풍명월'이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상징하는 충북은 얼마나 문학적인가. 이것은 충북인을 칭찬할 때 쓰는 의례적인 말이지 결코 현실적인 평가는 아닐 것이다. 충북인을 평가하는 현실적인 말은 느린 사투리를 쓰는 어수룩한 모습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들은 변방에서 눈치를 보면서 살아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근 충남에 행정수도가 들어서면서 부동산값이 들썩이고, 중앙 뉴스에 등장하는 고위층 인사 중에 충북인도 적지 않다. 갑자기 주류로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지역에 문제가 생기면 권력 핵심부에 전달할만한 채널은 구축되었다는 생각은 할 수 있었다.

변방의식이나 주눅 든 기분이 어느 정도 가셔갈 무렵 우리도 영호남처럼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바로 유엔 사무총장이 충북 출신 반기문 씨가 선임된 것이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 사무총장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면서 꾸준히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갈수록 반기문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가 싶더니 '반디불이'라는 지지모임에 가입했다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차기 대통령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박정희 시대 영남이 발전하였듯이 김대중 시대 서해안 시대 개막을 연상하면서 변방 충북이 일약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환상에 취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역 출신 이원종 전 지사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되고, 정우택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되었다.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를 대비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으니 충북시대 개막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원종 비서실장이 최순실씨 사건이 터지면서 단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낙마하고 말았다. 그의 탁월한 행정능력과 위민의식을 잘 알기 때문에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반기문이라는 대권 후보가 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는데, 그 반기문 총장마저 밤하늘의 별처럼 명멸하다가 소멸해버렸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마저 사분오열하고 있었으니 정우택 의원까지 낙마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이 무렵 충북인들 사이에는 충북 출신은 꼭 망하는 자리에 가서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나온다는 자조적인 소리가 유행했다. 다 쓰러져가는 새누리당의 당명을 자유 한국당으로 교체하는 등 안정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정우택 원내 대표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대권 후보로도 손색이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충북지사 시절부터 대권 도전 의사를 피력했고, 충북지사, 해수부 장관, 4선 의원 등을 역임했으니 경륜도 충분하다고 평가해서다. 더구나 지금은 유력한 보수 후보가 전무하다시피 하여 황교안 총리를 내세우려고 하는 데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충청권 표를 독식할 가능성도 높다.

보수층 인사들은 충청권의 표를 분산시켜 민주당 후보를 견제하는 전략으로도 정우택의 대권 도전은 절실하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많다. 아직 60대 중반이니 차차기를 목표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도 도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추슬러 주는 위민의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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