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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4.04 13:48:03
  • 최종수정2017.04.25 14:16:04

최종웅

소설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한 말은 치욕(恥辱)이란 단어일 것 같다. 갑자기 최순실 사건이 터졌을 때 설마 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을 땐 창피하다고 느꼈다. 헌재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선고했을 땐 치욕이란 말이 떠올랐다.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러고도 살아야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검찰조사를 받으러가는 모습을 볼 때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것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자기가 임명한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자식뻘 판사에게 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에선 사람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치소로 끌려가는 모습을 볼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막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애통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환호했다는 여론조사를 보면서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대통령과 같은 치욕을 당하고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학생에게 매를 맞고도 하소연조차 못하는 교사, 깡패에게 폭행당하는 형사,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검사, 검찰에 체포되는 판사도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일은 공직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중학생에게 두들겨 맞는 고등학생, 동생에게 매 맞는 형, 마누라에게 폭행당하고 사는 남편, 심지어 자식에게 몽둥이 뜸질을 당하고도 속만 끓이는 부모도 있는 세상이다.

한마디로 권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권위는 도덕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도덕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극상의 일반화 현상은 비단 인간사회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동물 세계의 질서는 생태계로 표현된다. 쥐는 고양이보다 힘이 약하지만 번식력이 강하다. 아무리 쥐에게 잡혀 먹혀도 고양이와 쥐의 숫자는 균형을 이루게 만들어진 게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쥐가 고양이를 잡아먹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균형이 무너지고 만다. 번식력이 강한 쥐가 고양이에게 잡혀 먹히지 않고 불어나기만 한다면 결국은 포화상태가 되어 자기들끼리 잡아먹는 일이 생기고 말 것이다,

이런 자연의 섭리를 학문적으로 설명한 게 동양철학이다.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로 대별되는 오행(五行)은 서로 상생상극 작용을 하면서 절대 강자도 없고, 절대 약자도 없게 된다는 이론이다.

만약 상생상극 작용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공멸하고 만다. 비가 오지 않으면 나무가 자랄 수 없고, 나무가 자라지 못하면 불을 피울 수 없게 된다는 게 상생원리다.

반대로 상극작용을 하지 못해도 공멸하는 수밖에 없다. 물로 끌 수 없는 불은 재앙이고, 제방(堤防)으로 가둘 수 없는 물도 재앙이다. 그래서 물난리라고 하지 않는가.

더러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것을 보고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자연의 이치를 잘 모르고 하는 짓이다. 경찰이 깡패에게 얻어맞는 꼴을 보고 속 시원해할 수도 있지만 곧 무법천지가 된다는 신호다.

검사가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일을 보고 후련해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곧 공권력에 이상이 생긴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고 행정권의 상징이다.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구속당하는 일은 무정부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헌법에 대통령은 재임 중 내우외환의 죄를 짓지 않으면 형사 소추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이유다. 요즘 우리사회는 어떤가· 강력한 지도력이 있는 대통령이 정상적인 활동을 한다면 민생이 이 지경이 되었겠는가·

주변 4강과의 관계도 어떤 돌파구를 마련했을 것이다. 고양이를 잡아먹는 쥐가 과포화가 되어 동족끼리 잡아먹다가 공멸하고 말듯이 우리도 무정부 상태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 다 망하고 마는 게 아닐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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