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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수필 - 음악을 요리하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피터와 늑대'

  • 웹출고시간2023.06.15 16:03:18
  • 최종수정2023.06.15 16:03:18
학원에서 수강생들에게 음악의 씨앗을 심어주는 시간이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를 감상 수업으로 준비하였다. 귀염둥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귀를 열며, 동화 속으로 들어간다. 흥미 있는 이야기가 뮤지컬로, 연극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특별한 작품이다.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이 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동화의 줄거리를 들려주며, 등장인물과 동물이 나올 때마다 악기로 묘사하며 전개된다.

이야기 줄거리를 펼쳐본다. 풀밭에서 놀던 새와 연못에 있던 오리가 싸움하고 있다. 고양이가 나타나서 새를 잡으려고 노리지만, 새는 높이 날라 나뭇가지에 앉는다. 갑자기 늑대가 나타났다. 고양이가 늑대를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가자, 늑대는 도망치는 오리를 쫓아가 통째로 한입에 삼켜버린다. 이어 욕심내며 고양이와 새를 노리면서 나무 둘레를 돌고 있다. 이 모습을 본 피터가 새들에게 늑대 가까이 내려와 늑대의 머리 위를 빙빙 돌게 하며 늑대를 유인한다. 그리고 올가미를 만들어 늑대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그때,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며, 늑대를 쫓아오던 사냥꾼들이 나타난다. 사로잡은 늑대를 들고 피터를 선두로 사냥꾼들, 피터 할아버지, 고양이가 동물원을 향해 당당한 행진을 한다. 일행의 머리 위에는 새들이 그들을 따라가며 즐겁게 노래한다. 올가미 속 늑대의 뱃속에서 삼켜진 오리가 '꽥꽥'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 음악 동화는 등장인물과 동물을 표현한 악기가 특별하게 음 빛깔을 그리며 연주된다. 피터와 할아버지가 사는 농장에 편안하고 경쾌한 음악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로 흐른다. 피터는 바이올린으로, 즐겁게 노래하는 새들은플루트로, 할아버지는 관악기 중 가장 길이가 긴 바순의 음색으로 연주한다. 갑자기 나타난 늑대는 호른의 소리로, 늑대가 단숨에 삼킨 오리는 오보에 소리로 꽥꽥 관악기의 음색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새와 싸움을 하다가 늑대를 보고 숨을 곳을 찾는 고양이는 클라리넷 소리가 높고 맑게 들리며 안타까움을 그려준다. 늑대를 쫓던 사냥꾼들의 총소리와 발소리는 팀파니와 큰북이 맡아 갑자기 크게 연주되며, 관객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 음악의 줄거리와 음색이 특별한 악기들을 떠올리며 들어본다. '욕심은 낼수록 는다'는 옛말이 '피터와 늑대'에 서려 있다. 욕심은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면 끝이 없다는 뜻이리라. 이 음악 동화에 등장하는 늑대를 보라. 오리 한 마리로 만족해야 하는데 욕심에 모든 걸 잃고 말았다. 지혜가 없는 동물을 보며, 인간의 삶 또한 무상함으로 담아본다.

"하나가 필요할 때 하나로서 만족해야지 둘, 셋을 가지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그건 허욕이다.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정 스님의 법문이 간절한 순간이다. 만족을 모르는 이가 되어 마음이 불안하다면, 청정하고 순수한 어린이의 맑은 모습을 보라고 권하련다. 그러면, 본인의 생활이 안타깝게 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리라. 우리는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의 한 부분일 터이다. 욕심에 눈이 어두우면 제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찌른다고 하지 않는가.

"욕심이 없는 사람은 온갖 괴로움이 없지만 욕심이 많은 이는 그 욕심에 비례해서 괴로움도 많다"는 '불교유경' 법문을 꺼내본다.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놓아야 하는 것이 삶의 순리가 아니던가. 잘 나가 명예와 많은 재산의 탑을 쌓아도, 변수가 생기면 순식간에 무너져 물거품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법문처럼 푼더분한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테다.

20세기 음악의 거장 세르게이 세르게예비치 프로코피예프(1891〜1953)는 러시아의 대표작가다. 위대한 쇼맨인, 그는 러시아 손초프카, 지금의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부터 작곡을 시작하여 첫 작품으로 피아노 소품 '인디언 갈롭'을 발표하였다. 이어 아홉 살에는 오페라 '거인'이 탄생하였다. 열세 살이 되며, 상트 페데부르크 국립음악원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작곡 공부를 하였다. 음악원 졸업 후 젊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로 러시아에 이름을 날렸다. 그는 미국, 프랑스와 서유럽, 동유럽으로 연주 여행을 하며 곡을 썼다. 특히 뛰어난 음악성으로 현대적인 곡, 현대음악을 많이 작곡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의 사랑', 발레곡'로미오와 줄리엣',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 '피아노 협주곡 3번' 등이 있다. 프로코피예프는 청중들에게 마술사의 등장처럼 인사를 하는 방식 또한 아주 별난 쇼맨이었다.

나를 돌아본다. 사회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앞만 보고 달리며 욕심에 끝이 없었다. 따라서 삶의 사건이 생기면 주섬주섬 나 자신에게 변명하며 후회를 했다. 결국은 마음에 찬 바람이 불며 추운 겨울이 오고 가슴을 치고 생각을 두드리는 일이 많았다고 반추해 본다.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를 접하다 보면 평온한 농장의 편안함에 눈과 귀와 입이 동시에 웃는다. 꼬마 음악가들에게 감상으로 지도하며 그 속에서 맛깔 나는 요리를 담아본다. 나 자신 엄청난 음악인도 아니고, 음악선생이면서 음악가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스스럽게 읊조려 본다.

누구든지 어떤 장르의 음악이건 많이 접하라고 권하련다. 감상하는 순간에는 주제의 선율, 리듬, 형식이 극히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뜨겁게 다가오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귀를 열고, 음악의 맛에 꽂혀야 하리라. 음악을 요리하는 마음으로.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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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