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종석

선선한 바람을 앞세우고 가을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산 중턱까지 울긋불긋 물이 들었고 산책길 느티나무와 단풍나무도 제 본연의 색깔을 찾고 있다. 산사나무 열매가 유난히 빨갛다. 옷깃에 스미는 아침저녁의 서늘한 바람과 한낮의 따뜻한 햇볕의 은총으로 들판은 온통 황금물결이다. 넉넉하고 풍요롭고 아름다운 계절에 가을을 느끼고 만끽하기보다 나는 나의 몸을 걱정 하고 있다. 가을을 닮아 나의 몸은 점점 더 풍성하고 넉넉해지고 있다.

어느 시점인지 모르지만 조금씩 살이 오르더니 이제는 제법 배가 불룩하다. 옷장을 열고 아끼던 옷을 입어보니 허리가 끼이고 단추가 잠가지지 않는다. 늘 편한 옷에 길들여져 차려입지 않고 다녀서 살찌는 줄도 몰랐던 것 같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이 찌면 각종 성인병이 고개를 들것이고 건강에 이상이 올 것이며 삶의 질은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리라는 다짐을 하고 며칠 동안은 열심히 걸었다. "살이 빠지려면 돈을 들여야지! 살이라는 애가 얼마나 영악한데 그렇게 만만하게 너를 떠나가지 않을 거야? 요즈음 살들도 함께 살아준 위자료로 비용을 들여야 살이 빠진단다. 그러니 돈을 들여서 빼야 한단다." 나보다 먼저 살과의 전쟁을 격고 있는 친구의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조언이다.

조간신문에 함께 따라온 광고전단지에 뱃살방 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뱃살에 관심이 많던 나는 얼른 광고전단지를 살펴보았다. 뱃살을 편하고 쉽게 빼준다는 내용과 언제든지 방문을 환영한다는 친절한 내용이 구미를 당긴다. 나와 함께 살아준 대가를 꼭 받고 떠나가기를 원하는 뱃살들을 위하여 비용을 들여야 한다면 힘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뱃살방을 찾았다. 그것도 몸과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뜻을 가진 웰빙뱃살방 이란다. 주소를 들고 찾아간 곳은 집에서 10여분 거리의 한적하고 오래된 주택가 이면도로에 접해 있었다. 그 곳에는 벌써 여러 사람들이 뱃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누워서 배위에 전자파로 집중공격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커다란 통 안에 들어가서 적외선을 쏘이며 얼굴을 붉히며 사투를 벌이고 있었으며 어떤 사람들은 진동으로 온몸을 진저리 치듯이 흔들고 있었다. 그야 말로 편안한 자세로 눕거나 앉아서 입 운동만 열심히들 하고 있었다.

살들과의 치열한 전쟁터에 입성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고 어안이 벙벙했다. 두어 시간을 뱃살빼기에 좋다는 힘들이지 않고 그저 눕거나 앉아서 기구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며 그들의 대화를 그저 듣기만 했다. 그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뱃살이 찐 이유는 자식들과 남편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아이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걷어먹던 습관 때문 이라는 등,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폭식을 해서라는 등, 아이 출산 후 산후 조리를 못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점심은 무얼 먹을 것인지 의논을 했고 맛 집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정말 그들의 뱃살은 빠질 수 있을까?' 의문만 생겼다.

나는 뱃살방을 벗어나 숲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뱃살과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대가를 지불해야 나의 몸에서 나가겠다는 뱃살에게 우리 협상을 하자고 네가 나의 몸에 스며들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책임으로 나는 네가 네 몸에 스며든 원인을 제거하기 시작 할 것이다, 우선 과식을 금할 것이며 스트레스를 되도록 받지 않도록 노력 할 것이다. 기초대사량을 늘리기 위하여 운동을 할 것이며 불규칙한 식습관을 개선 할 것임을 약속 한다. 그러하니 너도 하루아침에는 안 되겠지만 나에게서 한걸음씩 물러나기를 바란다! 나의 단호한 결심을 전하면서 스스로 대견하다고, 잘했다고 만족해하면서 산을 내려온다.

가을 하늘은 높고도 푸르기만 하고 밀려오는 허기는 참을 수 없는 아름다운 가을날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