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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얼마 남지 않은 나뭇잎들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람을 붙잡고 사투 중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뒤로 하기가 쉽지 않나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저절로 내려놓지 못하고 세찬 바람과 시린 계절이 오고서야 마지막 끈을 놓으려나 보다. 지금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처럼 말이다. 헝클어진 모습으로 차디찬 겨울의 시간을 지나야만 아름다운 봄은 올 것이다. 그 것은 우리에게 말없이 보여주는 자연의 이치다. 잎 떨군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자. 그들은 봄부터 더운 여름을 지나오면서 햇볕과 온도가 적당한때 잎눈과 꽃눈을 만들고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봄에 그들은 꽃눈과 잎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겨울동안 지켜낸 꽃과 잎을 틔우는 것이다. 겨울은 코앞인데 우리는 아무런 준비 없이 앙상하게 잎만 떨구고 있다.

요즈음 세상은 뒤숭숭하고 기운 빠지는 나날이다. 사춘기 시절 요즈음처럼 기운 빠지고 자괴감이 들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세상이 미웠다. 가난했던 우리 집이 부끄러웠고 자신감 없는 내가 부끄러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에 맥이 빠졌다. 떳떳하지 못함이 가난 때문이라고 혼자 고민하고 슬퍼하였다. 급기야 나는 이 세상에 살 자격이 없는 사람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못난 행동과 어리석은 나의 모습이 한 없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지금이 그렇다 우리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청치인의 무능하고 떳떳하지 못하고 비겁하고 책임감 없는 그들이 가난처럼 우리의 뒤에 버티고 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부끄럽고 창피하다. 가난 때문에 창피했던 것처럼 지금은 청치인의 파렴치한 모습에 아니 그들이 사는 세상에 함께 사는 것이 창피한 일이다. 그 것이 내 탓은 아니지만 부끄럽고 창피함은 어쩔 수 없다. 거리엔 민초들이 촛불을 들고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부르짖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위정자들은 일을 빨리 수습할 생각은 안하고 국민들 앞에 서서 함께 촛불을 들고 있다.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이 부끄러운 현실이 대통령 한 사람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은 나만이 느끼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부끄러움과 창피하다. 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양심에 거리낌이 있어 떳떳하지 못한 마음, 체면이 깎이거나 떳떳하지 못한 일로 부끄럽다." 라고 표기되어있다. 창피는 본래 옷매무세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난잡한 모습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중국의 초나라사람 굴원은 <이소경>에 "何桀紂之猖披兮(하걸주지창피혜)" 라는 글이 있다. 하왕조의 마지막황제 걸왕과 은왕조의 마지막 황제 주왕은 극악무도한 폭군이었다 한다. 그들의 무질서한 생활로 나라가 망하게 되었을 때 품위와 체면을 잃고 미쳐서 날뛰다 옷이 풀어헤쳐진 모습에서 창피하다는 말이 파생 되었다고 한다. 창(猖)은 '미쳐 날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고, 피(披)는 '풀어헤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좋은 것은 부끄러운 행실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끄러운 행실을 적게 하며 살아가려고 노력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마음의 본성이다. 시시 때대로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부끄러운 행동을 하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참으로 많은 감정들을 잃게 되는데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부끄러움이다. 이 나이 먹기까지 볼꼴 안 볼꼴 다 보고 살아왔는데 새삼 뭐가 부끄럽겠느냐는 말처럼 부끄러운 자기고백은 없다. 사람이 숨 안 쉬고 살 수 없듯이 자기반성 없이 살아가는 인생은 완성된 자존감을 가진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동주시인의 <서시> 한 구절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 구절이 자꾸 떠오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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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