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겨울이 짱짱하게 달려든다. 미처 준비 할 사이도 없이 무조건 밀고 들어오니 당황스럽다. 서서히 조금씩 바람이 칼칼해지고 공기가 싸해지면 내복도 마련하고, 방한화도 마련하고, 김장도 서둘러 담그고, 느긋하게 겨울맞이를 하려고 했건만 소리 소문 없이 겨울은 다가와 목덜미를 후려친다.

12월은 한해를 마무리하고 매듭을 짓는 달이다. 침묵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고 태양이 힘을 잃은 달이기도 하다. 12월은 또한 반성의 달이기도 하다. 한해를 보내며 나의 삶을 뒤돌아보고 계획했던 일들이 잘 이루어졌는지 점검하고 다시 계획을 세우는 달이기도 하다.

또한 12월이 되니 여기저기서 한해를 매듭짓자며 만남을 종용하고 있다. 내가 속한 단체에서 송년회를 멋지게 보내자며 그날은 모두 드레스를 입고 모임에 참석 하라는 통보가 왔다. 서양에서 하는 파티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기는 했지만 드레스를 입고 모인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여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동료들은 이런 기회에 우리 자신을 위해 화장도 해보고 머리도 하고 예쁜 드레스도 입어 보자며 부추 킨다. 열심히 한 해 동안 고생한 우리 자신에게 상을 주자는 그럴듯한 구실로 나를 설득 시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를 위해 살아온 시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늘 가족이 먼저이고 직장이 먼저 이며 여유 없이 동동 거리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나도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송년 파티를 즐겨 보자는 심산으로 드레스 가게를 기웃거려 보았지만 영 자신이 없다. 배는 나오고 살이 쪄서 퉁퉁하며 키도 작으니 아무리 예쁜 옷을 입어도 폼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동료들은 여기저기서 예쁜 드레스를 구했다며 들떠있다. 이럴 줄 알았으며 다이어트라도 해서 살을 좀 뺄 걸 하는 후회와 함께 자괴감이 든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더니 나잇살인지 요즈음은 자꾸 몸이 불어 무거움을 느낀다. 사람들이 아직은 볼만하니 괜찮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심각하다.

며칠을 고민 하다 도저히 드레스는 안 되겠다 싶어 예쁜 한복을 입기로 했다. 거금을 들여 고운 한복을 대여하고 미장원에서 머리를 만지고 한복을 입으니 대충 울퉁불퉁한 몸이 가려져서 볼 만 하다. 아무에게도 나는 한복을 입을 거라고 말하지 않고 모임장소로 갔다. 모두가 개성 있는 드레스를 갖춰 입고 우아함을 뽐내고 있었다. 들떠서 상기된 표정으로 결혼 후 처음으로 입어보는 드레스에 기분이 묘하고 행복하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 해진다.

언제나 가정과 직장 그리고 양육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들이 자신을 위해 화장을 하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을 생각이나 했을까? 이 행사를 주관하고 격려하며 힘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베스트드레서 상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 상은 우리억척주부들이 제일 좋아하는 한우 세트라고 하니 모두가 탐 낼 만도하다. 나도 은근히 다른 사람보다 더 특별하게 입었으니 기회가 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다. 행사일정에 맞추어 한해를 마무리하고 잘 한일은 칭찬해 주고 못 한일은 반성하면서 웃고 즐기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행사 마지막 일정으로 베스트드레서는 가장 예쁘게 자신을 꾸민 동료에게 돌아가고 드레스를 꼭 입으라는 행사지침을 따르지 않은 나는 오히려 부끄러웠다. 조금 뚱뚱하면 어떻고 배가 나왔으면 어떠랴! 일 년 동안 고생한 나에게 우아한 드레스 한번 입혀주며 나를 토닥여주는 것이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 내년에 또 다시 이런 컨셉으로 행사를 진행 한다면 꼭 멋진 드레스를 입으리라 다짐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동료가 "오늘 너무 우아하셨어요. 베스트 드레서는 선생님이셨어요" 그 말이 자꾸 생각 나 발걸음이 가볍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