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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손을 머리에 얹고 눈을 감았다. 앞은 보이지 않고 자꾸 억울한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도 소곤소곤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이 교탁을 탕탕 치신다. "지금너희들이 지금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 말이냐!" 노기를 띤 음성으로 선생님은 호통을 치신다. 앞은 보이지 않고 날은 어둑해지고 복도에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동생이 아른거린다.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손 내려!" 하는 말씀은 없으시다. 답답하고 억울하고 속이상한 나는 흐느끼며 울었다. 옆에서 남편이 왜 우냐며 깨우는 바람에 꿈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나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5학년 때 벌 받던 기억이다. 우리의 학창시절엔 단체기합을 참 많이도 받았다. 아이들이 장난이 심해도 모두 함께 손들고 있어야 했고 체육시간에 딴청을 부린 아이들 때문에 단체로 머리를 땅에 박고 엉덩이를 맞아야 했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형제 중에 한사람만 잘못해도 모두 같이 종아리를 맞았다. 때로는 억울했지만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반성을 벌 받으며했던 것 같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20여일이 지났고 아직도 구조 활동은 진행되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은 구조되지 않고 있으며 사망자 수만 늘어가고 있다. 안타깝고 속이 상하는 일이다.

구사일생으로 구조자 명단에 든 나의 조카의 딸내미도 살아나서 벌 받는 중이다. 위로해 줄 겸 찾아보려고 하니 제발 오지 말라고 조카가 사정을 한다. 이모의 뜻은 고맙지만 지금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이도 안정이 안돼서 잠시도 그 곁을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 많은 친구를 잃은 상실감과 혼자만 살아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벌 받는 마음으로 살아가야하니 말이다. 언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 다시 해맑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우리국민 모두가 단체기합을 받는 중이다. 그것도 단체로 손을 머리에 얹고 눈을 감고 누가 잘못했는지 잘못한 사람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리는 기분이다. 선생님은 아무 말씀 없이 지켜만 보신다. 서로 잘못을 떠밀고 있고 단체기합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점점 불안해지고 무서운 생각난다. 그러나 "그래 너희들이 잘못했지 다음부터는 정말 그러면 안 돼" 하고 손을 내리게 하는 사람은 없다. 그게 아니라 우리스스로가 이 엄청난 잘못 앞에 손을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벌을 받으며 생각하니 나도 잘못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잘못한 사람이 너무 많아 선생님도 혼란스러우신 것 같다. 지금 이 상황 에서도 남의 탓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묻고 싶다. 당신은 정말로 잘못이 없냐고· 당신은 살아가면서 책임질 일을 부끄럽지 않게 다했냐고? 스스로 반성 할 일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벌만 받고 있을 것인가? 이제 잘못한 사람을 모두 찾아내어 엄벌로 처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며 서로서로 힘을 합해야 할 것 같다.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나 하나쯤 이라는 생각이 나를 안전하게 하지 못했고 우리 가족쯤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 집을 안전하게 하지 못했고 그 여파로 가족과 사회와 국가기강까지 허물어져버리고 말았다.

남을 탓하지 말자. 우리가 탓하는 정치인을 뽑은 것도 우리고 우리가 믿지 못하겠다는 국가의 국민도 우리며 썩은 사회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회의 구성원도 우리다.

면죄부를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제 우리는 손을 내리고 싶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맑고 바르고 향기로운 국가와 사회를 만들자. 그리고 벌을 서는 마음으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게 머리 숙여 잘못을 진심으로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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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