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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자지러지게 피어났던 벚나무가 꽃잎을 떨구고 나니 새잎이 하루가 다르게 돋아나고 있습니다. 산벚꽃은 조금 천천히 이제야 산자락 듬성듬성 하얗게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산과 들은 한 폭의 수체화입니다. 아무것도 덧칠하지 않은 자연의 선물은 눈물 나게 경이롭고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봄을 맞이하고 다시 또 봄이 오는 것을 33년간 함께 지켜 봐준 아이를 내 곁에서 떠나보내려 합니다. 씩씩하고 다정한 남자가 내 대신 보살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고맙고 고마운 일인지요.

딸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앨범을 꺼내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앨범사이에서 삐뚤삐뚤 연필로 꾹꾹 눌러쓴 종이 한 장을 발견 했습니다. 그것도 받침이 틀린 글입니다.

" 반성문 엄마 잘모 하였어요 다음부터는 동생하고 다시는 안싸우께요 용서해 주세요"

딸아이가 쓴 반성문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어린 아이에게 이런 반성문을 쓰게 한 내가 부끄러워집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나쁜 엄마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조그마한 잘못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잘못한일이 있으면 바로 벌을 세우고 반성문을 쓰도록 닦달을 했으니까요.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바르게 아이를 키우는 것 이라고 막연히 생각 했으니까요. 아이들은 늘 엄마의 마음에 들려고 애를 썼겠지요. 우리부부는 엄마 아빠 말에 순종하는 아이가 착하고 바른 심성을 가지게 될 거 라고 우리의 교육 방법이 옮은 것이라고 생각 했지요. 더러 버릇없는 아이를 보면 그 아이의 부모를 탓하기도 하면서 저렇게 키워서 어쩌려고 그러나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요.

아이는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을 아이가 다 크고 나서 알았으니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다행히 아이는 심성이 부드럽고 착하게 자랐으며 엄마아빠 뜻대로 잘 자라 주었으니 다행입니다.

이제는 내가 아이들 앞에 반성문을 써야 될 것 같습니다.

"딸아 정말 미안 하다. 나는 너에게 정말로 잘못한 것이 많단다. 너와 얼굴을 마주보고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네가 뛰어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다른 아이들에게 뒤질세라 늘 조바심을 내고 그것이 너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 했단다. 네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 주기보다는 나의 꿈을 네가 이루어주기를 바랬단다. 나의 목소리만 들려주었지 네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아서 정말 미안하다. 나무와 풀과 하늘과 땅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제 생각하니 나는 참으로 너에게 잘못한 일이 많단다. 부디 용서해주기를 바란다."

이제 나의 딸아이는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모를 떠나 자신만의 소중한 둥지를 위하여 먼 길을 가려고 합니다. 나는 딸아이가 부모로부터 가장 먼 곳에 마음을 두기를 기도 합니다. 옆에 두면 자꾸 참견할 것 같아서 될 수 있으면 마음으로부터 멀리 보내려고 합니다. 우리는 딸아이의 영역에는 침범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합니다. 딸아이가 가는 길엔 얼음판이기도 하고 진흙길이기도 하겠지요. 어두운 밤길로 접어들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뒤돌아보지 말고 스스로 길을 찾아 제 짝꿍이랑 손잡고 가기를 바래봅니다.

요즈음엔 기도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을 열고 우리 딸이 행복하기를! 출근하면서 현관문을 나서면서 우리 딸이 행복하기를! 하늘을 보고도 땅을 보고도 날아가는 새들에게도 우리 딸이 행복하기를! 마음을 다하여 자꾸자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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