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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한 장 남은 달력의 설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동양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은 여백의 미가 압도적이다. 열한장의 달력을 넘기며 즐거웠던 일 서글펐던 일 마음상하고 미워하고 좋아하고 사랑했던 모든 일들이 이제는 과거가 되었다. 올 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직장인의 고민인 연말정산의 준비기간이란다. 좀 더 많은 혜택을 보려고 꼼꼼히 근로소득세의 계산구조와 요건을 이것저것 체크하는 딸은 바쁘다.

경제활동에서 비껴난 우리도 한 해 동안을 어떻게 살았는지 정산해 보기로 했다.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산책길에서 겨울나무를 만났다. 뼈마디만 남기고 모두 떨구어 버린 나목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연말정산을 끝냈나 보다. 이제 받을 것도 줄 것도 없다는 듯 서슬 퍼런 한파에 온몸을 맡기고 서 있는 모습에서 느끼는 것이 많다. 나도 겨울 숲의 나무들처럼 저렇게 깔끔하게 한해를 정리 해 보자고 마음 먹어본다.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을 만나서 마음을 나누는 시간도 만들어야 하고 가까이 지냈던 사람은 좀 더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기위해 마음을 내야 한다. 알게 모르게 마음으로 지은 빚은 어떻게 청산해야 할지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마음에 상처를 준 지인에게는 용서를 구하는 말을 힘들지만 해야 하고 고마웠던 사람에게는 감사인사를 드려야한다. 그러고 보니 한 해 동안 나는 나 혼자 산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지인이 있기에 내가 존재 했었다는 것을 알겠다. 하찮은 욕심과 집착은 나를 황폐하게 만들었고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은 너무도 쉽게 잊고 살았다.

개인적으로 올 한해는 남편이 퇴직을 했고 위암 수술을 받은 남편은 꾸준히 치료한 덕분에 완치판정을 받은 해 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국정농단의 책임을 다 하라고 대통령탄핵에 촛불을 들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치인의 책임감 없는 처신에 실망이 컸으며 그에 따른 허탈감과 상실감으로 우울한 12월이기도 하다.

요즈음 병원마다 사람들은 독감으로 몸과 정신이 혼미한 환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또한 조류독감이라는 조류전염병이 전국에 들불처럼 번져가고 계란 값은 폭등을 하고 있다. 경재가 마비되고 물가가 치솟고 있으며 국민들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 이다. 사람들은 삶에 지처가고 있으며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쉬워하기보다는 한해를 얼른 보내고 싶다. 이 모든 것이 빨리 정산되어 안정을 되찾고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새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한해 마무리는 김장하는 것으로 끝을 내셨다. 어머니는 김장 하실 때 동치미를 꼭 담그셨다. 무와 파 그리고 고추 삭힌 것 그리고 소금 한 바가지 그것이 전부다. 그러나 어머니의 동치미는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다. 어린 시절엔 그 맛을 몰랐었다. 어머니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묻어나는 날은 땅속에 묻어둔 항아리에서 살얼음이 살짝 얼은 동치미를 한 사발 떠서는 그 자리에서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웃으시며 밥상을 차리셨다. 돌이켜보면 그런 날은 어머니의 심사가 편하지 않은 날 이었다. 요즈음 나는 마음이 답답하고 속이 상하며 가슴이 화끈거리며 종잡을 수 없이 화가 치민다. 불연 듯 어머니가 마시던 얼음이 동동 떠오르는 시원한 동치미가 마시고 싶다. 동치미 한사 발을 마시면 옛날에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속이 시원해지면서 세상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어버리고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답답한 마음으로 한해의 일들을 더하고 빼보니 넘치도록 받은 것은 많은데 베푼 것은 보잘 것 없는 한해이다. 올 해도 잘못 산 것이다.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중국 명나라의 학자 홍자성이 쓴 채근담에 쓴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뜻은 남을 대 할 때는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하고 자신을 지키기는 가을 서리처럼 엄하게 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명언을 가슴에 담고 행동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산다면 내년 연말정산은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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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