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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21 13:57:19
  • 최종수정2015.06.21 13:57:19

신종석

눈부시도록 찬란했던 그 환하던 봄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 뒤를 바짝 쫓아온 6월은 가뭄과 함께 중동호흡기바이러스인 메르스가 온 나라를 기진맥진 하게 만들고 있다. 소문은 흉흉하고 인심도 사나와 졌으며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더위는 식을 줄 모르고 비는 내리지 않아 목 타는 여름은 계속되고 있다. 메르스의 여파로 대부분의 행사일정은 취소되었고 거리는 한적하기만 하다. 거리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불안한 얼굴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전염병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고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전염병이 발생 될 때마다 무력해 질 수 밖에 없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질병 때문만이 아니라 갑자기 일어나는 사고나 위험으로부터 피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며칠 사이에 지인이 운명을 달리 하였고 또 한사람은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이 꽤 많다. 아직은 죽기엔 아까운 나이인데 말이다.

그럼 죽어도 아깝지 않은 나이가 언제 일까? 생각해본다. 인생의 오월을 지나 신록의 계절과 태양의 계절을 지나 낙엽 지는 가을쯤에 가야 아깝지 않을 나이인지 모르겠다.

곤충은 죽어도 아깝지 않은 나이는 종족보존과 번식을 위해 2세를 만들고 난 후이다. 대부분의 곤충들은 오랜 시간 유충의 시간을 지나고 성충이 되어 화려한 날개를 갖게 되면 그는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다. 날개를 가져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짝을 만나는 도구 일뿐이다. 그들의 생은 아주 잠깐이고 이것을 거부 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곤충들은 짝을 만나고 종족 번식을 한 후 삶을 마감하는 것 그것이 죽어도 아깝지 않은 때 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였다. 더러는 자녀들의 혼사를 다 치른 친구도 있고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자녀를 둔 친구도 있다. 더러는 건강이 좋지 않은 친구도 있고 아주 평탄하게 경제적으로 편안한 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다. 친구들 대화중에 "이제 죽어도 아깝지 않을 나이가 되었지?" 라고 말 했더니 어떤 친구는 펄떡 뛰며 무슨 소리냐고 언성을 높이고 어떤 친구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등바등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하고 전투대세로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워 한 말이다. 자녀들 혼사를 다 끝냈다면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다 했으니 이제 죽어도 아까워 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펄쩍뛰며 화를 냈던 친구에게는 "친구야 너는 아직 죽으면 아까워 왜냐하면 너는 아직 부모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라고 말해주자 노여움이 조금 풀린 것 같다.

사람들은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죽음 앞에서는 두려울 것이다. 저승사자가 찾아오면 피하려는 것이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백수에 저승사자가 찾아오면 때를 보아 스스로 간다고 여쭈라는 말이 있다. 죽어도 죽음의 길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이들에게도 더 이상 부모의 관심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 정말로 죽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대 한다면 그렇게 서운할 것도 노여울 것도 없을 것이다. 죽어도 아깝지 않을 나이인 우리는 좀 더 너그러워지고 관대해지며 여유 있어지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든든한 울타리 역할만 하면 좋을 것 같다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말이다. 메르스로 온 나라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요즈음 죽어도 아깝지 않은 나이의 사람들이 나서서 다독여주고 위로해주고 안심시켜주는 것이 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차분한 맘으로 누구의 탓 보다는 서로가 조심하면서 슬기롭게 위기를 잘 극복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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