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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이제 36개월이 막 지난 손자에게 전화가 왔다. 노래를 불러 주겠단다. 어린이 집에서 무슨 노래를 배웠을까? 궁금한 마음에 어서 노래를 불러 보라고 채근을 하니 "할미 이 노래 응팔 노래야" 하면서 부르기 시작한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혀 짧은 소리로 불러주는 노래는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듣는 내내 신기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 무슨 뜻인지나 알고 부르는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위로받는 기분은 왜 인지 모르겠다. 울컥한 마음으로 아주 잘 했다고 박수를 치고 좋아했더니 우쭐해서 "할미 나 잘 부르지" 한다. 얼마 전에 인기 있는 드라마에서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끌었던 그대여 아무걱정하지 말아요. 라는 노래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그것만 들려 달라고 조르더니 어느새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는 며느리의 이야기에 걱정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우리는 쉽지 않은 오늘을 살고 있다. 때로는 죽을 만큼 힘들기도 하고 다 포기 하고 싶은 마음도 들 때가 많았다. 그러나 용케 이만큼 살았으니 잘 살았다고 해야 하나보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세우고 싶다. 잘 살고 있다고 잘 살았다고 말이다.

EBS 스페셜 프로젝트 4부작 파란만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았다. 죽을 만큼 힘든 시기를 딛고 일어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사회자도 울었고 힘든 시기를 딛고 일어난 사람도 울었고 방청객도 울었다. 모두가 측은지심으로 위로하고 위로 받는 시간 이었다. 하나같이 아프고 아픈 사연으로 자살을 결심했던 그들은 그래도 그 고비를 넘기고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그 노래가 처음 불리어 졌을 때 힘이 나기보다는 가족부양의 부담감으로 어깨가 더 무거워 졌고 많은 아버지들이 힘들었다는 이야기에 그렇구나! 그렇겠구나! 하고 공감을 했다. 우리는 죽을힘을 다해 살아가지만 때로는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다. 아주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다가도 장마철 잠깐 나온 햇살처럼 청명하고 경쾌한 날도 있다. 오늘을 산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자살을 결심하고 여러 번 실행에 옮겼던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자살은 살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죽일 수 있는 권한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를 사랑하는 일을 제일 먼저 해야 한다."우리이제 걱정 하지 말자 아픈 기억들은 모두 가슴에 묻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우리 다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

공원 근처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걸음걸이도 불편한 몸으로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고 있다. 그 어르신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자동차 밑에 깔린 학생을 돕기 위해 20여명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들어 올려 여학생을 구한 소식도 있다. 부산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날 달리기 대회에서 1등으로 달리던 친구가 넘어지자 친구들은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고 다섯 어린이가 함께 손잡고 뛰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조금씩 손을 내밀고 함께 하다보면 걱정 할 일들은 사라질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힘을 얻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자꾸 손자의 노랫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함께 노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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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